이탈리아 총리 내정자 드라기, 거국 내각 구성에 한발 앞으로(종합)

입력 2021-02-11 05:04  

이탈리아 총리 내정자 드라기, 거국 내각 구성에 한발 앞으로(종합)
정당별 2차 협의까지 마무리…좌우 이념 떠나 다수 정당 지지 확보
원내 1당 오성운동 당원투표가 최대 변수…금명간 대통령 면담할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내정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새 내각 구성을 향해 한 발 더 전진하는 모양새다.
드라기 전 총재는 8∼9일(이하 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2차 정당별 협의를 진행했다.
1차 협의가 각 정당 지도부와의 상견례를 겸해 그들의 입장을 탐색하는 단계였다면 2차 협의는 차기 내각의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향을 토대로 각 정당의 지지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다.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협의에서도 이념 성향을 떠나 거국 내각 구성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중도 좌파 성향의 옛 연립정부 구성 정당인 오성운동(M5S)·민주당(PD)·생동하는 이탈리아(IV)는 물론 야권 우파연합 소속 동맹(Lega)·전진이탈리아(FI) 등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파연합 일원인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유일하게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으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2차 협의에서 차기 내각이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범대서양주의'와 친(親)유럽연합(EU)에 기반한 정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 위기 극복·일자리·친환경·경제성장·교육 등 5대 국정 과제와 공공행정·세제·사법제도 등 3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증세 및 소득세 단일세율 도입을 배제하고 기존 세율의 재조정을 골자로 하는 점진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병폐인 탈세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방안으로는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와 건설 공사 활성화 등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에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과 경제인연합회 등 사회·경제단체 대표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2차 협의까지 마친 현재 판세는 일단 드라기 내각 출범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의회 신임안 표결에서 의회 과반은 물론 3분의 2 이상의 지지도 가능하다.
현지 정가에서는 '탈EU'와 소득세 단일세율을 주창해온 극우 정당 동맹이 2차 협의를 마친 뒤에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동맹이 한때 이탈리아 경제를 망가뜨린 장본인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던 드라기 전 총재를 지지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드라기 내각 참여를 발판 삼아 수권 능력이 있는 책임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 극우색채를 벗기고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변수는 원내 1당인 오성운동의 당원 투표다. 오성운동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드라기 내각을 지지할지를 묻는 온라인 당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초 10일 오후 1시부터 24시간 동안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당내 상·하원 의원들과 일부 당원이 드라기 전 총재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잠정 연기됐었다.
1∼2차 협의 기간 드라기 전 총재에 열린 입장을 표명한 당 지도부와는 달리 전반적인 당내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 엘리트 출신인 드라기 전 총재가 부패한 기성 엘리트 정치 타파라는 창당 이념은 물론 기본소득 보장 등과 같은 서민 복지 강화를 내세운 당의 정책 지향점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당원 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다.
드라기 전 총재 입장에서는 상·하원 의석의 30%가량을 점한 오성운동의 지지를 확보할 경우 더욱 탄탄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원 투표 결과에 관심이 크다.
2차 협의 과정에서 드라기 전 총재가 내각 진용을 어떻게 짤지에 대해선 아직 언급한 바 없다. 금명간 자신을 총리로 지명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정당별 협의 결과를 보고할 때 내각 장관 후보자 명단을 함께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계 안팎에서는 그가 의회의 안정적인 지지를 담보하고자 전문 관료 중심이 아닌, 관료와 정치인이 조화를 이룬 혼합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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