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긴박하고 끔찍한 의회난입 순간들…트럼프엔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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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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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긴박하고 끔찍한 의회난입 순간들…트럼프엔 '면죄부'

[특파원 시선] 긴박하고 끔찍한 의회난입 순간들…트럼프엔 '면죄부'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1. 1월 6일 오후 2시 12분. 폭도들이 미국 의사당 창문을 박살 내고 내부에 침입한다. 상원은 1분 뒤 휴회를 선언했고 공화당 밋 롬니 의원은 회의장을 급하게 빠져나온다. 의회 경찰 유진 굿맨이 뛰어와 롬니에게 반대편으로 가라고 손짓한다. 롬니는 급선회하며 내달린다.

#2. 2시 25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합동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원 계단 아래로 급히 피한다. 폭도들은 펜스로부터 불과 30m 떨어져 있다. 그들은 '펜스의 목을 걸어라'(Hang Mike Pence)고 외친다.

펜스가 대피하기 2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트윗을 날린다. "펜스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행해져야 했을 일을 할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

트럼프 탄핵 소추위원인 스테이시 플래스켓은 폭도들이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살해하려는 의도로 난입했다고 주장한다. 펠로시 의장 사무실에 난입한 남성은 95만 볼트짜리 전기봉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3. 2시 30분. 민주당 일인자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대피를 위해 복도를 걷고 있다. 17초 후 슈머는 왔던 길로 급하게 뛰어온다. 그가 복도문을 지나자마자 경찰들이 문을 걸어 잠근다. 폭도들은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몰려 있다. 트럼프 탄핵 소추위원인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은 "위기일발의 순간"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공화당 릭 스콧, 롬니,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데비 스테브노 등 의원들이 상원 회의장을 나와 계단 아래로 재빨리 내려간다. 일부는 1층 복도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폭도들은 이미 2층까지 도달했다. 스월웰은 "여러분은 폭도의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지만, 국민은 모른다. 여러분은 폭도들과 불과 58 발자국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4. 오후 2시 41분. 공군 복무자이자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인 애슐리 배빗이 복도를 걷고 있다. 폭도들은 박살 난 창문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총성이 울렸다. 한 명이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그렇게 배빗은 숨졌다.

#5. 오후 4시 27분. 폭도들이 건물에 난입한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경찰은 여전히 의사당 서쪽 출입문으로 진입하려는 폭도들과 대치 중이다. 폭도들은 '물러서라'고 외치는 경찰들을 하키스틱과 목발, 트럼프 깃대로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

140여명의 경찰이 다쳤고, 의사당 경관 브라이언 시크닉은 사망했다.



미국 사회를 뒤흔든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소추위원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영상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의사당이 유린당한 그날의 처참함과 긴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소추위원단은 의회의 바이든 승리 인증을 막기 위해 시위대를 향해 의회로 행진하라고 선동한 트럼프를 단죄해달라며 공화당 상원에 눈물로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 주류 언론은 이 영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이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을 보던 제임스 랭포드 의원은 괴로운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옆에 있던 스티브 데인스 의원은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다"며 그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넸다.

댄 설리번 의원은 "많은 분노를 불러왔다"고 했다. 케빈 크레이머 의원도 "영상은 진짜이고 조작되지 않았다"며 소추위원단 발표에 경의를 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의사당이 그렇게 짓밟힐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적지 않은 공화당 상원의원이 개인적으로 분노와 슬픔을 표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상원은 13일 표결에서 찬성 57표, 반대 43표로 트럼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탄핵에 67표가 필요했지만 10표가 모자랐다.

공화당 의원 50명 중 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개인적 분노와 슬픔이 탄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트럼프에게 결국 면죄부를 안긴 셈이다.

충격적인 영상 공개 뒤에도 유죄가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크레이머 의원은 영상이 "의도를 가지고 더하는 방식으로 조합돼 있다"며 "대통령의 책임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는 점에서 내게 영향을 안 준다"고 말했다.



대선 결과에 줄기차게 이의를 제기해온 테드 크루즈 의원은 "대통령의 레토릭(수사)은 때론 과장된 것"이라며 "심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무죄가 선고될 것이고, 재판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마이크 라운즈 의원은 "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유죄판결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으로 갈까, 존슨으로 갈까, 케네디로 갈까"라고 반문했다. 역대 대통령을 거론하며 퇴임 대통령 탄핵 불가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표결에 대한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고, 영상에 눈을 떼지 못했다던 마이크 브라운 의원은 "절차가 흠결이 있어 결론은 다르다"고 말했다.

론 존슨 의원은 영상으로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지만, 폭동의 책임은 트럼프가 아닌 폭도에게 있다고 했다.

퇴임한 트럼프에 대한 탄핵심판 자체가 합법이라고 투표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6명이었고, 그래서 반전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날 표결에서는 1명이 더해졌을 뿐이다.

WP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전직 대통령은 탄핵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마음을 바꿔 트럼프에게 유죄 선고하려는 조짐은 거의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졌지만 7천400만 표라는 엄청난 표심을 과시했고 2년도 남지 않은 중간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에 미칠 그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대선 패배 후 두 달 넘게 사기 선거를 주장하면서 주 정부를 협박하고, 숱한 소송에서 지고, 급기야 초유의 의회 난입사태로까지 이어졌음에도 트럼프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거의 없었던 공화당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트럼프는 역대 처음으로 두 번의 하원 탄핵을 받은 오명을 덮어썼지만, 미국 정치를 반분해왔던 정통 보수의 상징인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2021년 미국 정치의 현실이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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