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극 역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입력 2021-02-22 14:23  

지구 자극 역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남북 자극 4만2천년 전 1천여년간 바뀌며 '보호막' 자기장 증발
카우리 나무 화석 나이테 분석…"현대 사회에도 막대한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4만2천년 전 지구의 자극(磁極)이 완전히 바뀌면서 초래된 기후변화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가져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북 자극이 바뀌는 지자기 역전 과정에서 태양과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해온 자기장이 사실상 사라지거나 약화돼 다양한 변화를 초래했으며 네안데르탈인의 멸종도 그 결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구의 자극은 지리적 극점과 달리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구 역사에서 마지막 지자기 역전으로 알려진 ''라샹 사건'(Laschamps event)이 약 4만2천~4만1천년 전 쯤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있지만 정확한 시기와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에 관해서는 파악되지 않아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자 크리 터니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뉴질랜드 북부 은가와 습지에서 반(半) 화석 상태로 발굴된 고대 카우리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해 라샹 사건의 시기와 영향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카우리 아(亞)화석은 약 1천700년간 폭 2.5m 크기로 자라다 죽어 퇴적물 속에 묻혀 4만여년을 보냈지만, 나무껍질이 그대로 붙어있을 정도로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자기장이 사라지면 태양풍에 실려온 고에너지 하전 입자가 지구 대기의 질소와 직접 충돌하며 탄소-14 동위원소를 늘리고 이는 나무의 나이테에 반영되는 점을 활용해 라샹 사건의 시점을 파악했으며, 이를 동굴 환경의 변화나 얼음 코어, 이탄(泥炭) 집적지 등의 기록과 비교해 오차를 수천년에서 약 100년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약 4만2천년 전에 500년에 걸쳐 자극이 역전되는 과정을 거쳐 약 500년간 역전된 상태가 지속했으며 다시 250년에 걸쳐 원래 위치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자극이 역전됐을 때는 자기장이 현재의 28% 수준으로 약화되고 역전되는 과정에서는 자기장이 아예 없거나 6%까지 떨어지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라샹 사건의 시점을 기후모델에 적용, 북미 지역에서 빙하가 늘고 태평양과 남극해의 풍향이나 열대 폭풍우 시스템이 바뀌는 등 기후변화가 라샹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라샹 사건이 현생 인류와 경쟁하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나 갑작스러운 동굴벽화의 증가 등과 같은 진화상의 미스터리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태양풍에 실려온 하전입자가 지구 대기에 부닥쳐 극지에서만 생성되는 오로라가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지구 곳곳에 나타나 선사 인류에게는 "지구 종말의 날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자외선 수치가 오르고 뇌우가 늘어나는 등 극적인 환경 변화가 선사 인류에게 동굴 피신처를 더 자주 찾게 했으며, 이는 대략 이 시점부터 동굴 예술이 등장하게 된 점을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의 앨런 쿠퍼 교수는 "지난 170년간 지구의 자기장이 약 9% 약화한 것과 함께 최근 들어 자북극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지자기 역전이 임박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면서 "현대 사회에서 지자기 역전이 일어나면 우주 방사선이 전력과 위성망을 파괴해 막대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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