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직자 자격박탈 요건' 제정…'반대파 씨말리기'

입력 2021-02-24 10:34  

홍콩, '공직자 자격박탈 요건' 제정…'반대파 씨말리기'
충성서약 위반시 자격박탈·공직배제…"구의원 남아나지 않을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공직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한 법안을 발표했다.
공무원 충성서약을 근거로 한 이 법안은 충성서약 이행 대상을 구의원까지 확대하고, 정부가 공직자의 자격을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강조하는 가운데 행정부, 사법부와 함께 입법기관에서도 '반대파 씨말리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공직자의 자격에 관한 법안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충성서약 의무 대상이 현재 행정장관, 입법회의원, 판사, 행정부 고위 관료 등에서 구의원에게까지 확대된다.
충성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행정장관이나 행정장관이 임명하는 정부 관리가 충성서약을 주재하며, 이들이 서약하는 자의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즉시 자격박탈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이자 홍콩의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통과했으며, 내달 17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 상정된다.
에릭 창(曾國衛)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개정안은 기본법(홍콩의 미니헌법)을 수호하고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거나 홍콩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이고, 홍콩의 정치시스템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거나 국가(國歌) 등 중국의 상징을 모욕하는 행동을 포함해 충성서약 위반에 해당하는 행동을 문서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 장관은 "법무장관은 입법회 의원이나 구의원이 충성서약을 위반할 경우 자격 박탈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으며,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피의자들의 자격은 정지된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 구의회는 범민주진영이 장악하고 있다. 2019년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452석 중 38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홍콩 구의회에는 큰 권한은 없지만 선거를 통해 민의를 보여준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구의회 손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지난해 11월 모든 야당 의원이 사퇴하면서 친중 의원들로만 채워져있다.
명보는 홍콩 정부가 기본법과 홍콩에 대한 충성서약 위반에 해당하는 9가지 사례를 구체화한 '부정적 목록'을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현직 구의원 4명의 자격이 가장 먼저 박탈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4명의 구의원은 지난해 입법회 선거에서 충성서약을 거부해 출마가 불허됐다.
명보는 또 380여명의 구의원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반대 서명을 했다고 전했다.
홍콩대 장다밍 교수는 자격 박탈 요건이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적용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보에 "개정안은 법적 언어가 아니라 정치적 언어"라며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자격을 즉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재판 전에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형사 재판이 아닌 까닭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중문대 마웨 부교수는 명보에 "'부정적 목록'의 조항은 모호하며 일부는 '만능 키'"라며 "몇년 후면 구의원이 한명도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