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선불충전금 2조원…외국은 어떻게 보호하나

입력 2021-02-28 06:26  

○○페이 선불충전금 2조원…외국은 어떻게 보호하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빅테크 외부청산' 놓고 갑론을박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빅테크(거대 정보통신업체) 외부청산 의무화 조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파산·분식회계 등으로부터 고객 자금을 보호할 최적의 방안이라는 의견과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입법으로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비판이 맞선다.
28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체 47곳이 보유한 선불충전금 잔액은 1조9천925억원이다.
이들 사업자는 이용자가 계좌이체 등 방법으로 미리 충전해둔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결제·송금 수단으로 제공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충전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은행 등 외부기관에 예치·신탁하고 파산 시 이용자에게 우선 변제하도록 하는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빅테크에 대해서는 내부거래(같은 전자금융업체 이용자 간 거래)도 외부기관 청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산은 지급지시를 중계하고 거래기관 간 채권·채무 관계를 계산해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확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용자 예탁금을 별도 관리하고 파산 시 다른 채무자에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영국·일본 등 다른 나라도 도입하고 있는 장치로서 국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하려는 빅테크 내부거래 청산 의무화를 두고는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융위원회 등은 빅테크가 이용자 자금을 유용하거나 자금세탁에 활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파산 시 이용자 자금을 신속히 되돌려주기 위해 외부청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내부거래에 청산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고, 국민의 권익을 신장한다는 어떠한 실증도 없다"면서 "오히려 빅브라더 이슈가 제기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상당히 제약하거나 침해하는 입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빅테크 이용자의 거래내역 등 신용정보가 외부청산기관(금융결제원)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금융위원회가 관련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 문제라는 취지다.
해외 사례로는 중국이 2018년 왕롄을 도입해 알리페이 등 빅테크의 외부청산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내부거래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양 교수는 "달걀을 왜 한 바구니에 넣느냐"며 "개별 빅테크가 자기들만의 거버넌스를 통해 정보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금융위가 보고를 받는 방식이 더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급결제업자 및 전자화폐업자가 파산집행인이나 금융당국(FCA)이 자금의 주인이 누구인지 구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최소 5년간 보관하고, 당국이 요구할 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연례 회계감사에서 기업이 이용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면 감사인은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그 밖에 대만이나 홍콩처럼 빅테크에도 은행 수준의 건전성, 지배구조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위원회는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것이 빅테크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 예탁금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루 1천400만건에 달하는 빅테크 청산 대상 거래를 감독당국이 일일이 보고받아 확인하는 것은 법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청산과 달리 '보고'는 실제 전산처리 과정과 분리돼 있어 오류나 조작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 빅테크 지급결제사업자 '와이어카드'는 사내 보유금 19억 유로(한화 약 2조6천억원)가 사라지는 등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또 청산의 경우 평소에는 시스템 간 연계로 자동 처리하다가 도산·분식회계 등 사고 발생 시에만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감독기관이 보고를 받아 일일이 감독하는 경우 오히려 개인정보가 상시로 노출되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는 게 금융위 등의 입장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라고 해서 도입을 꺼릴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청회에서 "빅테크 산업은 최근에 육성돼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을 수 없다"며 "사실 선두주자가 중국이고 그 후발주자로 바로 뒤에 쫓아가는 게 우리나라 정도이다 보니 서로 빅테크를 어떤 식으로 규제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한국은행과의 이견 조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행은 전자지급결제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에 감독·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개정안이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라는 한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지급결제에 관한 한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전자지급거래에 관한 정보'를 청산기관에 제공하도록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건강, 성적 취향 등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필요 최소한의 정보를 모으려는 것이고 빅테크에서 무엇을 샀는지와 같은 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도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자료제공 항목을 열거하는 식으로 보완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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