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 무섭다"…'#파인애플 챌린지'로 맞서는 대만

입력 2021-03-01 17:03  

"중국 안 무섭다"…'#파인애플 챌린지'로 맞서는 대만
중국 수입금지로 '파인애플 전쟁' 벌어져…대만인들 "파인애플 먹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날 선 대립을 이어가는 중국과 대만이 이번엔 난데없는 '파인애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검역 문제를 이유로 대만 파인애플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많은 대만인이 파인애플을 먹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파인애플 잔뜩 먹기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대만인들이 올린 '파인애플 잔뜩 먹기 챌린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챌린지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27일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갓 딴 파인애플을 손에 들고 엄지를 치켜세운 사진을 올렸다.
그는 별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에서는 가슴에 'TAIWAN'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파인애플을 직접 먹는 사진도 올렸다.
이후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과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 등 민진당 소속 핵심 정치인들도 일제히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며 파인애플 소비 진작을 호소할 정도로 '파인애플 전쟁'은 대만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흰 가운을 입은 채 머리 위에 파인애플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며 챌린지에 동참했다.
파인애플로 만든 잼이나 빙수 등 여러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파인애플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를 만들어 올리는 식으로 '파인애플 잔뜩 먹기 챌린지'에 동참한 대만인들도 있다.
대만의 한 사찰은 파인애플을 부처상에 공양으로 올렸고, 한 아마추어 밴드는 파인애플을 많이 먹자는 내용의 노래를 만들어 공개했다.
민진당 소속 입법위원인 우쓰야오(吳思瑤)는 "중국이 크지만 대만은 무섭지 않다"는 글과 함께 파인애플을 먹는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중단이 정치적인 목적의 '대만 괴롭히기'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대만에서 수입하는 일부 파인애플에서 유해 생물이 검출됐다는 이유를 들어 1일부터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3∼5월 6천200개의 표본 중 13개에서 유해 생물을 발견했다.
대만이 자체적으로 수출 검역을 강화한 작년 10월부터는 한 건도 유해 생물 발견 사례가 없었는데도 중국이 뒤늦게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데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만 측의 시각이다.
특히 대만에서는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중단이 집권 민진당의 지지 기반 농민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만에서 전통적으로 타이베이 등 북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국민당 지지세가 강하고, 가오슝(高雄)을 비롯한 남부 지방에서는 민진당 지지세가 강하다.
파인애플의 주산지는 가오슝, 핑둥(屛東), 타이난(臺南) 등 전형적인 '민진당 벨트' 지역이다.
대만 파인애플 재배량의 약 11%가 수출되는데 전체 수출량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한다.
작년 중국은 대만 파인애플 수입량은 4만1천661t, 수입액으로는 15억 대만달러(약 605억원)에 달했다. 대만의 전체 경제 규모나 중국-대만 무역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당 지역의 많은 농민의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에 민감한 문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중국의 금수 조치는 이달 들어 막 파인애플이 수확될 예정인 가운데 갑자기 발표됐다.
대만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 총통이 집권한 2016년 이후 중국은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끊고 군사·외교·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에서 대만인들은 파인애플 수입 중단 같은 중국의 '경제 징벌'에 이미 익숙해진 모습이다.
유사한 사례로 중국은 2019년 8월에는 자국민의 대만 자유 여행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대만을 찾는 중국인 개인 관광객은 연간 100만명이 넘었기에 당시 이런 조치는 대만 관광산업에 수조원대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산됐다.
많은 대만인은 힘으로 자신들을 굴복시키려는 듯한 중국 측의 강경 일변도 태도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대만인이 바다 건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대륙' 또는 '중공'이라고 불렀는데 요즘 들어서는 아예 '중국'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대만인들이 이제 '중국'이 자신들과는 다른 타자로 보는 있음을 반영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작년 1월 동시에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민진당이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당에 압승한 주된 배경이 됐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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