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 10년] 녹아내린 핵연료에 쩔쩔매는 도쿄전력

입력 2021-03-07 09:05  

[원전사고 10년] 녹아내린 핵연료에 쩔쩔매는 도쿄전력
코로나 영향으로 지연…폐로 작업 20∼30년 더 걸릴 듯
상처 난 건물 감췄지만 사고 수습 난항…오염수 골머리



(후쿠시마·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돼 가지만 수습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하다.
우여곡절의 10년간 성과도 있었지만 남은 과제가 더 많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사용 후 연료 풀(수조)에 있던 핵연료 566개를 꺼내는 작업을 지난달 28일 완료했다.
원전 사고 당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한 1∼3호기 중에서 수조 속의 연료를 모두 꺼내는 데 성공한 것은 3호기가 처음이다.



멜트다운이 발생하지 않은 4호기의 핵연료는 2014년에 모두 꺼냈다.
3호기 수조 내의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은 애초에는 2014년 말에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방사선량이 높아서거듭 일정을 미루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막도록 원자로 건물 상부에 돔형 커버를 설치한 뒤 재작년 4월에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사고 원전 건물 안에 핵연료가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3호기에서 핵연료를 모두 빼낸 것은 사고 수습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



참혹하기만 했던 후쿠시마 원전의 외관도 사고 직후와는 매우 달라졌다.
10년 전 수소 폭발로 인해 원자로 건물이 심각하게 훼손돼 앙상한 철근이 드러나는 등 폐허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2∼4일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멀리서 확인해보니 원자로 건물에 커버를 씌워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말끔하게 보였다.
하지만 건물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않게 감췄다고 사고 수습에 쩔쩔매는 현실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원전 부지 내에는 아직 처리 방법을 확정하지 못한 오염수 탱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폐로 계획을 자세히 뜯어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예상하지 못했던 차질도 생기고 있다.
우선 아직도 제거하지 못한 핵연료가 1천개 넘게 남았다.
1호기와 2호기 수조에 각각 392개, 615개가 있는데 이들을 꺼내는 작업은 2027년∼2028년도와 2024∼2026년도에 시작될 전망이다.



물론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됐을 경우의 시나리오다.
특히 1호기의 연료 수조 상부가 사고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이며 내려앉은 구조물과 잔해 등을 치우는 것이 작업 과정에서 큰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폐로의 핵심인 '연료 데브리'를 꺼내는 작업은 시작도 못 했다.
사고로 인해 원자로 압력 용기 속 노심 연료가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의 구조물과 함께 함께 녹아 굳어 버린 것이 연료 데브리다.



연료 데브리를 꺼내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 데브리는 약 880t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도쿄전력은 올해 안에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데브리를 꺼내는 작업을 처음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돌발 변수가 불거지년서 작업이 늦어져 내년도로 미뤄질 것으로 도쿄전력은 내다봤다.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 등은 방사선량이 높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우며 도쿄전력은 데브리의 상태도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대기권에 쏟아지는 우주선(線) 속 입자인 '뮤온'을 활용해 X-선 촬영과 유사한 방식으로 내부를 조사하고 추정했으며 로봇이나 조사 장치 카메라 등을 이용해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수준이다.
2호기에서 데브리를 꺼내는 작업을 하면서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작업 방식을 개선해 1·3호기로 추출 작업을 확대한다는 것이 2031년까지의 구상이다.
도쿄전력은 폐로 작업이 원자로 냉온 정지 시점으로부터 30∼40년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1년 12월에 냉온 정지를 선언했으니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폐로 완료 시점은 2041∼2051년인 셈이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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