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제난 레바논 군인들 '못 살겠다' 병영이탈 조짐

입력 2021-03-10 17:49  

최악 경제난 레바논 군인들 '못 살겠다' 병영이탈 조짐
화폐 가치 폭락에 '생활고'…소요사태·강력범죄 증가 속 치안 공백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에 7개월째 '내각 공백'까지 겹친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군인과 경찰의 병영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육군 참모총장은 경제난 속에 생활고에 직면한 군인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정쟁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병사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배를 곯고 있다"며 "그들(정치인들)은 군대를 원하는 것인가? 군대가 자립하기를 원하는가?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기점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레바논 경제는 끝 모를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0% 이상으로 커졌고, 실업과 물가 상승은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레바논 인구 약 600만 명의 절반 이상은 빈곤층이다.
지난해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전후로는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최근 암시장에서 달러당 환율은 1만 파운드까지 치솟았다. 1997년 이후 유지돼온 고정환율(달러당 1천507파운드)의 6.6배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기능은 7개월째 마비 상태다.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의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한 이후,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는 미첼 아운 대통령과 지난해 10월 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슬람 수니파 정치인 사드 하리리 전 총리가 내각 지분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상황이다.
화폐 가치 폭락은 군인과 경찰관에게도 고통스러운 상황을 안겼다. 달러 가치로 환산한 군인과 경찰관의 평균 기본급은 2년 전 80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20달러에 불과하다.


국방 예산이 줄면서 지난해부터는 군대에 고기 보급량도 대폭 줄었다. 과거 레바논군을 지원했던 프랑스가 현지 대사관을 통해 음식을 지원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일부 국방 관리들은 병사들의 생활고가 길어지면 군대가 계속 유지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최근에는 군과 경찰에서 이미 병영 이탈 사례가 생겨난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로 3명의 안보 소식통은 로이터에 하위 직급 군인들 사이에 형성된 병영이탈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군 대원은 "월급으로 집세를 내기도 어렵다. 이미 3명의 병사가 병영을 이탈한 것으로 안다"며 "제대를 신청하고 싶지만, 사령관이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책이 없다면 나도 탈영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나라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제 월급으로는 (가족의) 식비도 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봉쇄와 경제난에 항의하는 소요 사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그나마 질서를 유지해온 군과 경찰조직의 붕괴는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바논에서는 경제난 속에 최근 음식과 분유, 의약품 등을 노리는 '생계형' 약탈은 물론 강력 범죄도 크게 늘었다.
경찰 통계를 기반으로 한 조사업체 '인포메이션 인터내셔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레바논에서는 살인 범죄가 전년 대비 91% 늘었고, 강도 사건도 57% 증가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돈이 되는 건 모두 훔쳐다 파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도로에 설치된 맨홀 뚜껑도 남아나지 않는 상황이다.
도로 안전단체인 야사(YASA)에 따르면 수도 베이루트에서만 맨홀 뚜껑 1만 개가 사라졌다. 주철로 만든 맨홀 뚜껑은 최저 임금보다 비싼 개당 100달러에 거래된다.
또 강력 범죄 우려 속에 시민들은 야간에 현금인출기(ATM) 사용을 자제하고 있으며, 총기를 사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상인 코드르 오스만은 "돈이 있다면 정식으로 총을 사고 싶다. 이 나라는 혼란 상태다. 안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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