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투기 의혹에 대토보상제 손질 불가피…토지보상금은 어쩌나

입력 2021-03-10 10:35   수정 2021-03-10 11:31

LH 땅투기 의혹에 대토보상제 손질 불가피…토지보상금은 어쩌나
정부, 토지보상금의 부동산시장 유입 막기 위해 대토보상 활성화 추진
땅 투기 수요 억제 필요성 높아지자 '고심'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토지보상 제도 개선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토지수용에서 나오는 막대한 보상금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현금보다는 다른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代土)보상 활성화 방안이 추진됐지만 오히려 토지 투자 지식으로 무장한 LH 직원들이 이를 노리고 땅 투자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황당한 상황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보상금의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해 작년부터 대토보상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신도시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과 대토리츠를 활용해 토지주들이 아파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마련됐다.
협의양도인택지는 말 그대로 토지 수용 과정에서 LH 등과 원만히 합의하는 대신 감정가 수준으로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신도시 내 단독주택용지다.
신도시 예정지에 1천㎡ 이상 면적의 토지를 소유한 토지주에게 부여된다.
광명 시흥지구에 공동투자하고서 합필과 분필을 거쳐 지분을 1천㎡를 넘기도록 나눠 가진 일부 LH 직원들이 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여기에 더해 작년 9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을 수 있는 토지주에게 아파트 특별공급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독주택 용지를 받을 것인지, 아예 아파트 특별공급에 100% 당첨될 수 있는 '티켓'을 받을지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LH 직원들이 시흥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특별공급 물량이기에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입주자모집공고 전까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야 한다는 뜻인데, 기존에 거주하던 집을 팔고 당분간 전세살이를 감당할 만큼 광명 시흥 신도시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있을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당정은 현지 거주자가 아닌 외지인에 대해선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상가주택용지), 생활대책용지(상가용지), 아파트 특별공급권 등 대토보상을 하지 않거나 보상 대상으로 하더라도 이로 인한 이익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지에 오래 거주한 원주민에게 이와 같은 혜택을 유지하되 땅만 갖고 있는 외지인은 배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공무원이나 LH 등 주택공급 공공기관 직원은 원천적으로 이들 대토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앞으로 공무원과 LH 직원 등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땅을 살 수 없고 부동산등록제로 인해 토지 소유 현황을 일일이 소속 기관에 보고해야 하기에 신규 택지 대토 보상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는 하다.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에 제공된 아파트 특별공급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제도가 작년에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원래 과거 보금자리 주택 사업을 할 때도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자에게 아파트 특공 자격을 줬지만 이후 법령 정비 과정에서 이 조항이 빠져나갔고 한동안 택지 공급도 이뤄지지 않아 아파트 특공 혜택이 누락됐다가 작년에야 다시 들어간 것이다.
정부는 연초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인 토지 보유 기준을 1천㎡에서 400㎡로 낮추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토지 보유 기준이 수도권은 1천㎡, 지방은 400㎡인데 이를 모두 400㎡로 낮추는 내용이다.
아직 규칙이 시행되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규제 완화 내용도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토지 보상금 발생을 줄이는 것보다 지금으로선 땅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토지 보유 면적 기준이 줄어들면 더 적은 돈으로 땅을 살 수 있기에 투기하는 입장에선 훨씬 유리해진다.
정부는 대토 보상 활성화 차원에서 대토리츠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대토리츠는 토지주가 보상으로 받는 토지를 출자받아 설립되는 리츠로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하고 그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토지주들이 아파트 사업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토지 개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뜻만 모으면 아파트 사업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만, 결국 이 리츠 이용자도 토지 시장이나 개발 사업에 촉이 있는 LH 직원 등 '업계' 출신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와 같은 대토 보상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정책으로 수십조원 규모의 토지 보상이 예정돼 있고 이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들어온다면 주택 시장이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토보상을 활성화하자니 이를 노린 투기꾼이 몰려들고, 보상을 줄이자니 토지보상금이 넘쳐 주택시장을 위협하게 되는 난처한 상황이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은 작년 8월 보상 공고를 내 현재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고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올 상반기 공고가 나간다.
어느 정도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는지에 대해 업계의 추정치는 많으나 정부는 철저히 함구한다.
결국 감정평가를 통해 보상금이 결정되는 것이기에 이를 유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때문에 토지보상금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토지보상은 기본적으로 해당 토지 인근의 표준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택지 개발과 토지보상 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투기가 유입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 시장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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