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미얀마 유혈진압 규탄…'쿠데타' 문구도 못담은 타협(종합2보)

입력 2021-03-11 15:57   수정 2021-03-11 16:19

안보리, 미얀마 유혈진압 규탄…'쿠데타' 문구도 못담은 타협(종합2보)
"폭력사용 자제" 촉구 첫 의장성명 채택 예정
서방 vs 중·러 의견대립 속 제재 경고도 누락
"행동 없는 목소리"…미·영국, 독자제재 추진


(뉴욕·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이광빈 장재은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0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판하고 무분별한 폭력사용을 자제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번 합의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사태 심각성을 주요국들이 공동으로 인식하고 미얀마 군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의장성명이다.
그러나 강대국들의 고질적 대립 속에 쿠데타 정권의 위법성을 규정하거나 제재를 경고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 "폭력 자제하라" 중국 포함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
미얀마의 우방이자 뒷배로 주목되는 중국을 포함해 전체 15개 이사국이 찬성한 이 성명은 이날 오후 의장성명으로 공식 채택된다.
의장성명은 결의안 바로 아래 단계의 조치로 안보리 공식 기록에 남는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여성, 청년, 아이들을 포함한 평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유지하고, 폭력을 자제하며, 인권과 기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것은 물론 법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진, 시민사회, 노조 조합원들, 언론인에 대한 제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쿠데타가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로힝야 탄압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안보리가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지난달 4일 "깊은 우려"를 표명한 이후 두 번째로 의장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 초안에 있던 '쿠데타' 빠지고 제재 가능성도 누락
이날 성명 내용은 영국 주도로 작성한 초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후퇴했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지적했다.
영국이 회람한 초안에는 '쿠데타'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를 규탄하고 유엔 헌장에 따른 제재 경고를 담았으나 성명에는 모두 빠졌다.
중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이런 내용에 반대했다고 AP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안보리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일 후인 지난달 4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정부 요인들의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직접 규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미얀마 군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수립된 정권을 무력으로 빼앗은 데 대한 불법성을 공감하는 데도 국제사회가 애를 먹는 것이다.
CNN방송은 "미얀마의 거리와 가정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테러의 심각성에도 이번 성명은 이미 예견돼온 타협이었다"고 진단했다.

◇ "합의 자체가 '기적'"…미얀마 군부에 경고 메시지 될까
쿠데타로 실각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에는 이번 성명이 실망 그 자체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치 고문이 임명한 유엔 특사인 사사는 지난 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안보리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사사는 안보리가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각국이 이를 명백히 방기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안보리 성명에는 이처럼 실효성 있는 조치가 담기지 못했으나 일부 기대할 진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엔이 행동에 나서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으나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성명이 나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고원은 "서방 국가들의 희망보다 약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선호하는 것보다는 세다"며 "미얀마 군부에 유엔이 보고 있다는 메시지, 중국이 인권유린을 완전히 비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 등 서방은 독자제재…미얀마 군부 움직일지는 의문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독자 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은 미얀마 쿠데타 직후 연방준비은행 산하 은행에 예치된 10억 달러 규모의 미얀마 중앙은행 자금의 인출을 차단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미얀마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들 국가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 의존도가 낮아 독자적인 제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firstcircle@yna.co.kr, lkbin@yna.co.kr,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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