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쿠팡 뉴욕증시 성공적 상장…기업윤리·책임도 소홀히 말아야

입력 2021-03-12 12:11  

[연합시론] 쿠팡 뉴욕증시 성공적 상장…기업윤리·책임도 소홀히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한국에서 사업기반을 다진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쿠팡은 11일 "뉴욕증시에서 기업공개 대상인 1억3천만 주(클래스 A 보통주)의 공모 가격이 35달러(약 3만9천800원)로 산정됐다"고 발표했다. 공모가격대로라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72조 원대에 이른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국내기업 중에서 시가총액으로 쿠팡을 앞서는 기업은 삼성전자(489조5천억 원)와 SK하이닉스(99조7천억 원) 둘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LG화학(66조3천억 원)이나 네이버(61조3천억 원), 전통 제조업의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48조8천억 원)를 앞선다. 쿠팡 주가는 뉴욕증시 데뷔 첫날에 공모가보다 무려 40.7% 올라 시가총액이 100조 원으로 훌쩍 뛰었다고 한다. 2010년 창업한 지 10년을 갓 넘긴 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이러니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쾌거"라고 치켜세운 것도 이해가 간다.

쿠팡의 혁신적 사업 스타일은 한국 물류·유통산업 혁신의 기폭제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2018년엔 '로켓 프레시'로 신선식품 배달에 나섰고 이듬해엔 '쿠팡이츠'를 선보이며 음식 배달서비스에 도전했다. 기존 전자상거래에서 영업 범위를 넓히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했다.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한 혁신적인 기법으로 '메기' 역할도 톡톡히 했다. 최근 여러 유통업체가 쿠팡에 맞서 반(反) 쿠팡 연대를 형성해나가는 추세다. 그만큼 쿠팡의 기세가 무섭다는 방증이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으로 5조 원가량의 투자금을 확보한다. 이 돈으로 그동안 사업을 확장해가면서 쌓인 4조 원 정도의 적자 일부를 갚고 격화하는 물류·유통업계에서 시장지배력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으로 의도된 적자였다고는 하지만, 쌓이는 적자는 결국 경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적자로부터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투자 실탄도 넉넉히 장전한 셈이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신고서에서 앞으로 동영상 온라인서비스(OTT), 여행, 광고 분야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내놓았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두고는 뒷말들이 많다. 한국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사업하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해 잇속을 챙겼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를 국수주의적 색안경을 쓰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뉴욕증시 행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제도적 한계에 영향을 받은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창업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쿠팡은 애초부터 한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다. 김 의장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확보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뉴욕증시로 간 것과는 별개다. 국내 차등의결권 제도화 문제는 자본시장이나 기업 지배구조, 민주적 의사결정 등의 상황을 따져 적절한 범위 안에서 검토하면 될 문제다. 쿠팡은 국내기업도 아니다. 미국과 일본 자본이 100% 투자했고, 본사인 쿠팡LLC도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다. 어쨌든 쿠팡의 뉴욕증시 행과 우리의 제도를 연관 지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될 만큼 투자가로부터 촉망받는 기업으로서 그에 걸맞은 기업윤리나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잇따라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1년 사이에 쿠팡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이른바 쿠팡맨 노동자 8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로켓배송' 등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영업방식을 접기는 어려울 테지만 배송인력을 지금보다 넉넉히 확보한다면 개선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주식 공모로 확보한 투자금의 일부라도 인력 인프라 확충에 사용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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