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한민국로'에 한국 조각상 그리팅맨 우뚝

입력 2021-03-18 14:40  

멕시코 '대한민국로'에 한국 조각상 그리팅맨 우뚝
'에네켄' 한인들 뿌리내린 메리다에 유영호 작가가 작품 기증



(메리다[멕시코 유카탄주]=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시(市)에 있는 '대한민국로(路)'에 한국 유영호 작가의 조각 '그리팅맨'(Greeting man·인사하는 사람)이 우뚝 섰다.
17일(현지시간) 메리다 대한민국로에서 서정인 주멕시코 한국대사와 레난 바레라 콘차 메리다 시장, 유 작가, 현지 한인 후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리팅맨 제막식이 열렸다.
그리팅맨은 15도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한국식으로 인사하는 남성의 모습을 푸른색 알루미늄 주물로 만든 6m 높이의 거대 조각상이다.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를 시작으로 파나마, 에콰도르, 브라질, 미국 등 세계 곳곳에 설치됐다. 메리다 그리팅맨은 한국 밖에 설치된 것으로는 일곱 번째다.
메리다는 116년 전인 1905년 5월 인근 프로그레소항을 통해 멕시코에 들어온 한국인 1천여 명이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이다.



당시 에네켄(용설란의 일종) 농장의 인부 모집 광고를 보고 태평양을 건넌 이들은 메리다를 비롯한 유카탄반도 곳곳의 농장으로 흩어져 일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후 한인들은 사실상 국권을 빼앗긴 조국에 돌아가는 대신 멕시코에 뿌리를 내렸다. 노예 생활에 가까운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대한인국민회 메리다지방회를 조직해 조국의 독립운동을 돕고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현재 멕시코와 쿠바 등엔 '에네켄'(애니깽)으로 불린 이들 한인 이민 1세대의 후손 3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메리다에 가장 많은 2천여 명이 살고 있다.
에네켄의 한(恨)과 독립에 대한 열망이 서린 이곳엔 2017년 '대한민국로'(Av. Republica de Corea)가 생겼고, 2019년엔 시 차원에서 매년 5월 4일을 '한국 이민자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멕시코 한인 이민사에서 중요한 무대인 메리다에 그리팅맨을 설치하는 것은 6년여 전부터 추진됐다.
오랜 논의 끝에 설치 장소 등이 확정된 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작업이 지연됐다.



유 작가는 마침내 우뚝 선 그리팅맨을 보면서 "감개무량하다"며 "여기 한인 후손 분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인사를 전하고, 멕시코인들에겐 우리 한인 후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준 데 감사를 전하는 마음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서 대사는 "내년 한국과 멕시코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대한민국로에 그리팅맨이 설치돼 매우 뜻깊다"며 "2005년 건립된 한·멕 우정병원, 2019년 지정된 '한국의 날'에 이어 그리팅맨이 메리다에서 양국 우정의 또 다른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극기를 들고 먼 조국에선 온 조각상을 맞은 한인 후손 마리아 에우헤니아 올센 아길라르는 "메리다의 한인 후손들 모두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대한민국로가 매우 통행이 잦은 곳이라 많은 이가 그리팅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 사는 주민 세실리아 카스티요는 "멋진 조각상"이라며 "대한민국로로 바뀐 이후에도 오래 써오던 옛 이름 '7번 대로'를 그대로 쓰는 사람이 많았는데 한국 조각상이 생기면서 새 이름이 더 익숙해질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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