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직자 재산등록 전면확대…차명거래 차단 없이 투기 못 막는다

입력 2021-03-19 11:48  

[연합시론] 공직자 재산등록 전면확대…차명거래 차단 없이 투기 못 막는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로 촉발된 국민의 공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으로 공직자 부동산 재산등록제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부동산 거래 시 사전신고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당 이익 발생 시 3∼5배 환수,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법 개정 추진, 농지 취득 이후 불법행위 시 즉각 처분명령 발동 등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거래분석원과 같은 감독기구를 만들어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단속을 상시화하겠다면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줄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공정'의 가치를 크게 훼손시켰을 뿐 아니라 코앞에 닥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대선에도 초대형 악재로 등장한 상황에서 여권이 부동산 적폐 청산에 단호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고위 당·정·청 협의를 통해서 윤곽이 드러난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은 시스템적으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전 과정을 촘촘하게 관리해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먼저 부동산 거래 사전신고제로 실사용 목적 이외의 부동산 매입을 억제해 투기를 예방하고 재산등록 대상을 전면 확대함으로써 보유 부동산의 변동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예방 시스템으로도 걸러내지 못하고 나중에 드러난 불법적 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강제 처분과 징벌적 부당이득 환수제를 통해 투기이익을 토해내도록 하면 처음부터 불법 투기로 돈 벌려는 생각이 줄어들 것으로 본 듯하다. 여권이 강력한 의지로 부동산 적폐 청산에 나서려는 당위성을 부정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이라도 수용성이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 대행이 부동산 재산등록 대상으로 언급한 모든 공직자 범주에는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직원이 포함된다. 공무원 수만도 100만 명이 넘고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수백만 명에 달할 것이다. 입법 과정에서 조율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권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그 파장이 적잖아 보인다. 대규모 입지 선정이나 공공개발, 부동산정책에 관여하지도 않고 권한의 범위도 작은 하위급 공직자들이 자신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여겨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하라는 정책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불법 투기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고 업무 관련성이 큰 공직자로 재산등록 대상을 좁히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 추진은 상징적 의미야 있겠지만, 당사자 수용성, 과도한 행정비용 등을 생각하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공직자 불법 투기의 일반적 행태로 여겨지는 차명거래 차단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적발되면 엄한 처벌이 예상되는 불법 투기를 자신의 명의로 할 공직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남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을 사서 이익을 챙기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 이익의 일부를 떼주는 패턴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런 차명 거래를 실효성 있게 차단하지 못하면 거래 사전 신고제나 재산등록 의무화의 효과는 무색해진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나 산업단지용 공공용지 등 사전 투기 가능성이 농후한 곳과 주변 지역은 지구 지정 3∼5년 전까지의 거래현황, 거래자금 흐름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2.4 주택공급 대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려면 현재 정부 합동조사단, 합동 특별수사본부의 조사와 수사는 물론 불법 투기행위의 진상규명과 처벌, 향후 투기 방지책을 결합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투기 방지책은 정략적 과시용이 아닌 국민이 신뢰하고 수긍할 만한 것이어야 함은 두말이 필요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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