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고통 속에 달콤해지는 '액체 금' 시드르 꿀

입력 2021-03-23 20:42   수정 2021-03-24 05:03

예멘 내전 고통 속에 달콤해지는 '액체 금' 시드르 꿀
목숨 걸고 채취, ㎏당 56만원 팔려…"경제 붕괴 속 유일한 수입원"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내전으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예멘에서 양봉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건 꿀 채취를 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예멘의 '시드르 꿀'은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과 함께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 예멘산 꿀은 오직 시드르 나무꽃에서만 채취되는데 흙빛에 가까운 진한 빛깔과 쌉싸름한 끝맛으로 유명하다.
1년 내내 생산되는 아카시아꽃 꿀이나 여느 사막에서 자라는 꽃에서 나는 꿀과 달리 시드르 꿀은 1년에 한 번만 수확할 수 있다.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에는 약 10만명의 양봉업자들이 있는데 1년 생산량이 1천580t에 불과하다.
꿀벌 관리가 까다롭고, 생산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시드르 꿀은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지난해 예멘산 꿀은 1㎏당 500달러(약 56만원)에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로 팔려나갔다.
오랜 내전으로 경제가 붕괴한 예멘에서 양봉업자들은 목숨을 걸고 꿀 채취에 나선다.

샤브와 지역에서 양봉업을 하는 사이드 알아울키(40)는 "양봉업자들은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치열한 전선을 벌통을 짊어지고 넘나드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면서 "꿀 채취는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전했다.
시드르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봉업자가 벌통을 메고 꽃이 핀 시드르 나무를 찾아 여러 지역을 이동해야 한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예멘 내전은 2014년 말 촉발된 이후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사우디와 미국 등이 예멘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며 개입해 분쟁이 본격화했다.
오랜 내전은 양봉업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벌이 잠을 자는 야간에 이동하는 양봉업자들은 군인들의 감시망에 '수상한 움직임'으로 포착되기 쉽고, 종종 무인기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예멘 전역에 설치된 지뢰들도 커다란 위험 요소다.
양봉업자 모하메드 빈 라샤르는 "마리브 지역을 이동하던 중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된 적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 목숨을 건졌다"며 "아마 군인들이 적으로 오인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실업난과 물가 상승을 겪고 있는 예멘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양봉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시드르 꿀을 일컬어 예멘의 혹독함 속에서 생산되는 '인내의 상징'이라고 묘사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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