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선진국이라던 독일에서 3차 대유행에 좌절감 확산

입력 2021-03-24 11:00  

방역 선진국이라던 독일에서 3차 대유행에 좌절감 확산
외신들 분위기 소개…봉쇄 피로감 속 백신공급 지연
불안·우울 늘고 수만명 운집해 '숨 좀 쉬고살자' 시위까지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더는 가망이 없다. 정말이지 지쳤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백신 부족으로 독일에서 좌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아헨에 사는 건축가 주잔 타바흐(41)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한 지 오래다. 그는 직장 일을 처리하면서 노부모도 모시고, 세 자녀도 돌본다.
타바흐는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란 가망이 더는 없다"면서 "정말이지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와 보육시설이 다시 문을 열지 않으면 직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면서 "부모님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 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타바흐의 아버지 모하메트(86)는 "지난 1월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등록했다"면서 "나이 때문에 접종 우선순위 대상임에도 아직 접종 날짜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자신이 백신을 맞더라도 "우리 모두 백신을 접종하는 게 아니면 소용없다"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를 몇 개월은 덮어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에는 70살 이상 고연령층, 교사, 만성질환자 등 백신 접종 우선 대상자만 수백만명에 달하지만, 이들도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심지어 독일은 최근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후 혈전 증가와 혈소판 감소 등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가 나온 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재개됐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독일 공영방송 ARD 산하 '도이칠란트트렌드'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70% 이상이 정부의 백신 구매 방식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백신 접종이 지체되고 봉쇄조치가 연장되면서, 독일인들의 정신 건강이 악화하고 정신병원과 자살 상담 전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보험회사 DAK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우울증으로 입원한 미성년자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고독, 불안, 우울, 섭식장애를 호소하는 미성년자도 늘었다.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 설문에서도 지난겨울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시행하는 동안 불안증과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미성년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에 사는 고교생 예레미 야르제츠(18)는 석 달 동안 온라인 수업만 듣다가 지난주 등교하게 됐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학교가 문을 닫게 됐다.
야르제츠는 "기분이 항상 변하면서도 때때로 우울했다"면서 성적이 나빠져 졸업은 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주말인 지난 20일 독일 카셀에는 2만명이 모여 코로나19 봉쇄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와 후추 스프레이 등을 동원했다.
지난 2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봉쇄조치를 다음 달 18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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