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열쇠고리 흔들림에도 화들짝…美 사형수들 불안한 나날

입력 2021-03-24 17:08   수정 2021-03-24 17:37

발소리·열쇠고리 흔들림에도 화들짝…美 사형수들 불안한 나날
AP통신 이례적으로 사형수들 감방 취재
"바이든, 사형 집행 언제 멈추나" 최대 화두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한 후 자신의 공약이었던 사형집행 중단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 사형수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미국의 모든 연방 사형수들이 모여있는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교도소의 수감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관심사와 동향을 보도했다.
테러호트에는 원래 63명이 수감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막판 6개월간 13명의 사형을 집행해 현재는 50명이 남아있다.
당시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7년만이었다.
AP통신은 테러호트 교도소의 공기 통로로 이야기하거나 쪽지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4명의 수감자를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모두 살인죄를 저지른 사형수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형집행 충격으로 아직도 불안과 초조함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인터뷰 첫 화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언제 사형집행 중단을 발표하는가"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08년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 레존 테일러(36)는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사형 집행 중단)을 이행하는 의미 있는 행동을 할지,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 될지 매일 뉴스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형수들의 불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침묵'이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연방 정부의 사형을 폐지하고 주 정부에 사형을 중단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두 달이 넘었지만, 사형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등 미국 내 시민·인권단체들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사형수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사형 집행이 혹시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애를 태우는 것이다.
취재 결과 사형수들 사이의 유대감은 가족 이상으로 강하며, 동료의 사형이 집행될 때의 충격은 상당히 오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교도관이 갑자기 자신의 방 앞으로 다가오면 바짝 긴장하며, 감방 근처의 조그만 별도 건물인 사형집행 장소의 문을 여는 좀 더 큰 열쇠고리의 소리가 들리면 누가 사형에 처해질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형수 셔먼 필즈(46)는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 대상자였던 더스틴 힉스에 대해 "내 친구"라고 표현했다.
필즈는 "그(힉스)는 계속 자신이 무죄라고 말했고 죽기 원하지 않았다"고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사형수 여러 명은 작년 12월 사형이 집행된 흑인 남성 브랜던 버나드의 죽음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필즈는 버나드에 대해 "연방 사형수 중 가장 온순한 남자"라고 주장했다.
버나드는 18세이던 1999년 6월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 기지에서 아이오와 출신의 젊은 목회자 부부인 토드 배글리와 스테이시 배글리의 차량을 탈취, 살해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2000년 공범과 함께 사형 판결을 받았다.
버나드 사건은 미국의 유명 연예인 킴 카다시안 등이 구명 운동에 나서면서 그동안 논란을 빚었다.
변호사들은 버나드가 사건 당시 거리 폭력조직에서 가장 낮은 위치였고 그의 차량 방화 전에 배글리 부부가 이미 폭력조직 두목으로부터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종료를 불과 나흘 앞둔 올해 1월 16일에도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이는 미국 정권 교체기에는 사형 집행을 미뤄오던 전통을 130년 만에 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형 집행은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되는 추세와 역행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연방정부의 사형 집행 재개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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