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우한 수산시장 코로나 근원 아닐수도"…미, 즉각 반박(종합)

입력 2021-03-31 10:11   수정 2021-03-31 10:31

WHO "우한 수산시장 코로나 근원 아닐수도"…미, 즉각 반박(종합)
기원 조사 보고서 발표…"중간 동물숙주 통해 전파됐다는 가설 유력"
"실험실 유출 가능성 매우 낮아"…원자료 접근 한계는 인정
"조사 충분히 못했다" 인정·추가연구 권고…한미일 등 14개국 반발 성명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이 되는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의 보고서가 나왔다.
조사팀은 현 시점에선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직원 감염 등을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결론지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의심받는 중국 우한(武漢)의 화난 수산 시장이 코로나19 발병의 근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사팀은 "초기 사례의 대부분은 화난 시장과 관련이 있었지만, 비슷한 수의 사례가 다른 시장과 연관됐고 일부 (사례)는 어떠한 시장과도 관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러스 기원을 찾기 위한 이번 조사가 원자료(raw data)에 대한 접근 한계로 충분치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향후 심층 조사를 권고했고, 미국 등 주요국도 연구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는 등 코로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은 3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2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WHO-SARS-CoV-2의 기원에 대한 소집된 글로벌 연구: 중국 파트'를 발표했다.

◇박쥐→다른동물→사람' 전파 가능성 매우 커
국제 전문가 17명과 중국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이번 연구를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28일 동안 코로나19 발병이 처음 보고된 우한에서 진행했다.
조사팀은 일단 코로나19의 전파 경로를 네 가지로 상정했다.
이 가운데 바이러스가 박쥐 같은 동물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likely to very likely)고 판단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박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는데 둘 사이에는 수십 년의 진화적 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농장에서 잡아 키우는 야생 동물 등이 중간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천산갑에게서도 매우 비슷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서 박쥐에서 출발해 최소 한 번 이상 종간 전염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두 번째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가설은 바이러스가 박쥐, 천산갑, 밍크 등 1차 동물 숙주에서 인간으로의 직접 전파설로, 조사팀은 이를 "가능성이 있다"(possible to likely)고 평가했다.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유래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가 관박쥐(rhinolophus bat)에서 발견됐다는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특히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박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됐다고 알렸다.
조사팀은 이어 콜드 체인(냉동식품 운송)을 통한 전파설에 대해 "있을 수 있다"(possible)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조사팀은 중국이 지난해 수입 냉동식품과 관련한 코로나19 발병이 있었다고 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2019년 12월 이후 콜드 체인을 통해 우한의 화난 시장에서 판매된 냉동 상품, 특히 사육된 야생 동물이 있으면 이를 검사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전염이 식품을 매개로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고, 콜드 체인을 통한 오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조사팀은 평가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실험실 유출설로, 조사팀은 이를 "극히 드문"(extremely unlikely) 가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팀은 직원의 우발적 감염을 통해 자연 발생적인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온 가설만 평가했을 뿐 고의적인 유출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조사팀은 "실험실 사고는 드물지만 일어나기는 한다"면서도 "2019년 12월 이전 어떠한 실험실에서도 코로나19와 밀접하게 관련된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이 없다"며 유출설의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봤다.


◇"중국 당국 WHO 조사에 비협조적"…미, 독립조사 요구
그러나 중국 당국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이번 조사를 위한 원자료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했다면서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결론을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한에서 코로나19의 첫 발병이 보고된 2019년 12월 이전에 채취·보관한 혈액 샘플, 동남아 국가에서 들어온 동물 등 여러 경로에 대한 심층 연구를 권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팀이 중국 우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원자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향후 협력 연구에서는 더욱 시기적절하고 포괄적인 데이터 공유가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도 브리핑에서 조사하는 동안 팀원들이 모든 면에서 정치적 압력에 직면했다면서, 하지만 "보고서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삭제하라는 압박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4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바이러스 근원에 대한 국제 전문가의 연구가 상당히 지연되고 완전한 원자료와 표본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공통으로 우려한다"며 조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건에서 수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조사팀의 독립적인 조사를 방해했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 내용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에 미친 영향의 수준에 걸맞지 않다면서 중요한 데이터,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기자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여준 과학, 근면, 전문성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엠바렉 박사는 "이번 조사는 단지 시작이다"이라며 "기원을 밝히기 위해 수행돼야 하는 매우 복잡한 연구의 표면을 긁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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