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살해혐의 경관 "그가 미친듯 날뛰어…목격자들 적대적"

입력 2021-04-02 09:17   수정 2021-04-02 09:19

플로이드 살해혐의 경관 "그가 미친듯 날뛰어…목격자들 적대적"
여자친구 "플로이드, 자상하고 몸 탄탄했지만 약물중독 고생"
"구급요원이 맥박·동공 확인 때도 플로이드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 과정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45)이 사건 직후 상관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하며 플로이드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go crazy)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州)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쇼빈 전 경관에 대한 재판에서는 그가 사건 직후 상관인 데이비드 플로거 경사에게 전화해 나눈 통화 내용을 포착한 쇼빈의 보디 카메라(경찰관이 현장 출동 때 어깨·가슴에 부착하는 카메라) 동영상이 공개됐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쇼빈에 대한 재판은 이날로 나흘째를 맞았으며 총 4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 통화 내용에 따르면 쇼빈은 당시 플로거에게 전화해 벌어진 일을 설명하며 "우리는 한 남자를 누르고 있어야 했다. 그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순찰(차) 뒤(좌석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플로거 경사는 법정에서 쇼빈이 전화할 때 물리력을 사용했다거나 누군가를 누르기 위해 무릎을 이용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플로거 경사는 당시 쇼빈의 요청에 따라 차를 몰고 사건 현장으로 갔고 그곳에서 경찰관들에게 목격자들과 얘기해보라고 조언했다. 이에 쇼빈은 "시도해볼 순 있지만, 그들(목격자)은 모두 상당히 적대적"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플로거 경사는 이어 그날 밤 헤너핀카운티 의료센터에서 다시 쇼빈 등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과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쇼빈으로부터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이 같은 발언과 행적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쇼빈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플로거 경사는 물리력 사용을 좀 더 일찍 끝냈어야 했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플로이드씨가 더는 경찰관들에게 저항하지 않았을 때 그들은 제압을 끝낼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플로이드의 여자친구 코트니 로스(45)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플로이드에 관해 "친절하고 자상하고 몸이 탄탄했지만 약물 중독으로 고생했다"고 증언했다.



로스는 플로이드가 구세군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2017년 8월 그를 처음 만났으며 그가 지역의 조각공원을 돌아다니며 함께 외식하는 것을 즐겼다고 전했다.
또 플로이드는 역기를 들거나 윗몸 일으키기·턱걸이를 하는 등 매일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숨이 가쁘다고 불평한 적은 결코 없었다고 로스는 증언했다.
플로이드는 엄마를 무척 사랑한 사람이었지만 2018년 모친을 여읜 뒤로는 껍데기뿐인 존재가 됐다고 로스는 묘사했다. 로스는 또 잘 알려진 플로이드의 셀카 사진을 '아빠 셀카'(dad selfie·못 생기게 찍힌 셀카)라고 불렀다고 CNN은 전했다.
로스는 하지만 자신과 플로이드가 모두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에 중독됐다고 털어놨다. 다른 많은 미국인처럼 만성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오피오이드를 진통제로 처방받은 뒤 결국 중독으로 이어졌고 길거리에서 파는 불법 약품에도 손대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플로이드가 통증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해 응급실로 데려간 적도 있다고 로스는 증언했다.
당시 플로이드는 약물 과용으로 며칠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며 그가 숨질 무렵인 작년 5월에는 약물에 다시 손을 댄 것으로 생각한다고 로스는 밝혔다.
검찰 측은 이날 플로이드의 오피오이드 중독 이력을 인정한다면서도 이 중독이 작년 5월 플로이드가 숨진 이유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쇼빈 측이 플로이드의 오피오이드 중독을 문제 삼아 약물 과용과 그가 앓던 몇 가지 기저질환이 복합적인 사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쇼빈의 변호인인 에릭 넬슨 변호사는 숨진 플로이드의 몸에서 필로폰과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성분이 발견됐다며 그가 약물 과용과 고혈압, 심장질환 등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쇼빈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 현장에 출동한 헤너핀카운티의 구급요원 데릭 스미스는 이미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플로이드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숨을 쉬지 않았으며 맥박도 없었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비전문가적인 용어로 말하면 나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증언에 따르면 구급요원들이 플로이드의 맥박과 동공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쇼빈은 여전히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었으며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들것을 가져온 뒤 쇼빈에게 무릎을 치워달라고 요구해야 했다.
이들은 구급차 안에서 심폐소생술인 흉부 압박과 전기 충격, 기도 확보 등을 시도했지만 플로이드의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심장이 멎은 플로이드를 병원에 넘겼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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