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계속 굴욕…"에티오피아군 집단학살·성폭행 속출"

입력 2021-04-02 11:00   수정 2021-04-02 11:03

노벨평화상 계속 굴욕…"에티오피아군 집단학살·성폭행 속출"
BBC "집단총살 영상 속 가해자는 에티오피아군"
NYT "반군지역 성폭행 등 전쟁범죄도 심각"
'평화의 일꾼' 격려받은 아비 총리가 내전 주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내전 중인 에티오피아에서 정부군이 반군 근거지인 티그라이 주민을 집단학살한 정황이 확인됐다. 티그라이 지역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연일 늘어나고 있다.
내전을 주도하고 있는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지역의 평화를 위한 노력했으며 더욱 분발하라는 의미로 2019년 받은 노벨 평화상을 더욱 수치스럽게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에티오피아군이 지난 1월 티그라이 주민 최소 15명을 살해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는 아비 총리가 지난해 11월 북부 티그라이 지역 집권 정당인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명령한 후 분쟁 중이다. TPLF는 약 30년간 에티오피아 정치와 군부를 장악했다가 2018년 아비 총리가 집권한 뒤 부패 세력으로 지목됐다.
양측 갈등은 TPLF가 작년 9월 단독 지방선거를 강행한 이후 심화했다. 아비 총리는 11월에 끝내 연방군을 투입하고 공습을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방송은 지난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군복을 입은 무장 남성들이 비무장 남성 여럿을 총살하고 시신을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는 영상 5건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영상에선 "이들을 풀어줘선 안 돼. 단 한 명도 살리지 말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무장 남성들은 "기름을 들이부어 불태우고 싶다"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기도 한다.
BBC 탐사보도팀은 온라인 독립언론 '벨링캣'(Bellingcat) 등과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학살이 티그라이 지역 마베레 데고 마을 근처에서 벌어졌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영상 속 지형을 이 마을 위성사진과 대조해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영상 속 인물들의 신원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무장 남성들의 군복이 에티오피아군과 일치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에티오피아 공식 언어인 암하라어로 말하기도 했다.
희생자들은 티그라이 지역 언어인 티그리냐어로 말한다. 영상 속 무장 남성들은 이들을 TPLF 세력으로 보는 듯했다고 BBC는 전했다.
마베레 데고 마을의 한 주민은 BBC에 지난 1월 에티오피아군이 마을 남성 73명을 데려간 뒤 현재까지 이들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군이 티그라이 지역에서 민간인 여성을 성폭행한 사례도 연일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최근 유엔 고위 당국자는 안전보장이사회에 현재까지 티그라이주에서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여성이 500명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군사분쟁 지역의 성폭력을 담당하는 프라밀라 패튼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는 에티오피아군이 티그라이 주민에게 가족 간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잔혹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다고 전했다.
티그라이 여성협회 관계자는 NYT에 "강간이 전쟁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비 총리는 지난달 30일 의회 연설에서 정부군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며 "티그라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약탈에 연루된 모든 이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하지만 그는 끔찍한 전쟁범죄로 얼룩진 분쟁을 개시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2019년 이웃 에리트레아와 오랜 국경분쟁을 해결한 공로로 그가 받은 노벨평화상 역시 지속하는 참상으로 권위에 흠집이 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노벨위원회가 격려 차원에서 후보자들의 현재 행위에 초점을 맞춰 시상하기 때문에 명예 실추가 빚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과거에 발생해 현재 국제사회 호평이 확립된 성과에 한해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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