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사고가 내탓?" 이집트 첫 여성선장 가짜뉴스 피해

입력 2021-04-04 23:15   수정 2021-04-05 13:29

"수에즈운하 사고가 내탓?" 이집트 첫 여성선장 가짜뉴스 피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집트의 첫 여성 선장이 수에즈운하 사고 당시 가짜 뉴스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사연을 털어놓았다고 BBC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과학기술해양교통대(AASTM)를 졸업하고 일등항해사로 일하는 마르와 엘셀레흐다(29)는 지난달 23일 수에즈운하에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좌초했을 때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선박 좌초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 등에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그는 수에즈 운하에서 멀찍이 떨어진 알렉산드리아 인근 지중해에서 해상 안전 지도선 일등항해사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아랍 뉴스는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선장이 되기 위한 코스를 밟고 있는 엘셀레흐다의 성공 스토리를 보도했는데, 누군가 이 기사를 편집해 그녀를 에버기븐호 사고의 주범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아랍 뉴스는 지난달 28일 SNS에 유포된 기사가 가짜뉴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엘셀레흐다는 아랍권 국제기구인 아랍연맹(AL)이 운영하는 AASTM을 졸업한 첫 이집트 여성이다.
당시 이 대학은 여성 지원자를 받지 않았지만, 바다를 좋아하고 상선 선장을 꿈꾸던 그녀는 오빠가 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에게 AASTM을 남자들에게만 개방하는 것을 재고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뒤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는 줄곧 여성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엘셀레흐다는 "배에 타면 모두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나이 든 남자들 뿐이었다.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속한 사회에서는 아직도 여성이 가족을 떠나 먼 바다에서 일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모두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에즈 운하 사고와 관련한 가짜 뉴스를 접했을 때는, 자신의 경력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고 한다.
엘셀레흐다는 "영어로 된 가짜뉴스는 다른 나라에도 퍼졌다. 이것이 명성과 나의 노력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는 부정적이고 가혹했지만, 일반인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 지지를 해주었다. 내가 받는 지지와 사랑에 집중하기로 하자 나의 분노는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쨌든 나는 전보다 훨씬 유명해졌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에 정식 선장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그는 "해운업에 종사하려는 여성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사랑하는 일을 위해 그리고 부정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싸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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