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가 삼킨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섬…전기·물도 끊겨

입력 2021-04-12 00:14   수정 2021-04-12 12:11

화산재가 삼킨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섬…전기·물도 끊겨
수프리에르 화산 분출 계속돼…"정상화까지 4개월 걸릴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섬이 화산이 뿜어낸 엄청난 양의 재로 온통 뒤덮였다. 화산 폭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와 물마저 끊겨 주민들이 언제 끝날지 모를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세인트빈센트섬에 있는 수프리에르 화산이 지난 9일 42년 만에 폭발하면서 섬 마을이 잿빛으로 뒤덮였다.
폭발 직후 6㎞ 높이까지 치솟았던 화산재가 건물과 도로, 자동차 등을 뒤덮었다. 흡사 눈 내린 겨울 풍경처럼 보이지만 하얀 눈이 아닌 회색 재였다. 재가 햇빛마저 가려버리고 공기 중엔 강한 황 냄새가 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화산재는 175㎞ 떨어진 바베이도스 등 인근 다른 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산 폭발의 여파로 세인트빈센트섬 대부분 지역에 수도가 끊긴 가운데 이날 새벽 또 한 번의 폭발 이후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했다고 재난당국은 전했다.
1979년 마지막 폭발 이후 40년 넘게 잠을 자던 해발 1,234m의 수프리에르 화산이 폭발성 분출을 시작한 것은 9일 오전이었다.
최근 수프리에르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주시해온 전문가들이 당국에 폭발 임박 사실을 알리면서 8일 저녁 인근 주민 1만6천 명가량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람도 집도 온통 잿빛…화산재가 삼킨 카리브해 섬마을 / 연합뉴스 (Yonhapnews)
폭발 전후로 주민 대피 행렬이 이어지며 3천200여 명이 섬 곳곳 78곳 대피소에서 밤을 보냈다. 배를 타고 세인트루시아 등 다른 섬나라로 이동하기도 했다.
수프리에르 화산에선 첫 폭발보다 규모가 작은 분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폭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주민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화산 폭발이 며칠에서 몇 주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더 규모가 큰 폭발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웨스트인디스대 지진센터의 지질학자 리처드 로버트슨은 "첫 폭발이 반드시 가장 큰 폭발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화산 폭발에 따른 인명피해는 없지만, 화산재로 인한 가축과 농작물 건물의 피해도 상당한 상황이다.
랠프 곤살베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총리는 "농업 피해가 가장 크다. 가축 손실이 있을 수 있고 주택도 수리해야 한다"며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최대 4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화산재가 당장 건강한 사람에겐 큰 해가 없지만, 천식환자 등에겐 위험할 수 있어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며 화산재를 들이마시는 것을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수프리에르 화산이 마지막으로 폭발한 것은 지난 1979년 4월이었다. 예보가 내려진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1억달러(약 1천121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1902년 폭발 당시엔 1천6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은 카리브해 윈드워드제도에 세인트빈센트섬과 다른 작은 섬들로 이뤄진 면적 389㎢의 영연방 국가로, 인구는 11만 명가량이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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