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맞서다 쫓겨난 주영 대사 "가족·친구도 위협받아"

입력 2021-04-14 10:30   수정 2021-04-14 17:28

미얀마 군부 맞서다 쫓겨난 주영 대사 "가족·친구도 위협받아"
대사관저에서도 쫓겨날 위기…영국 정부에 보호 요청
쿠데타 반대 민주진영 가담 의사…"미얀마 위기 내전으로 악화할수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얀마에 있는) 몇몇 친구와 친척들은 머물던 곳에서 나와 숨어 있습니다. 나 때문에 그들은 공개적으로 얼굴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다 주영국 대사 자리에서 쫓겨난 쪼 츠와 민은 1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문민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최근 몇주 동안 군부에 등을 돌려왔다.
그러자 미얀마 군부는 칫 윈 부대사와 무관 등을 통해 지난 7일 그를 대사관에서 쫓아냈다.
영국 외무부는 다음날인 8일 아침 미얀마 군부로부터 그의 임기가 종료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고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런던 북서부 햄스테드에 있는 대사관저에서 부인, 아들과 함께 두문불출하고 있다.
주영 미얀마 대사관은 그에게 15일까지 대사관저를 비워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그는 "영국 외무부는 만약 대사관 사람들이 관저에 침입하더라도 경찰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런던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어떤 지원 방안을 제시할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례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영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의 다음 움직임을 사람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영국은 (미얀마 군부에) 강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외무부는 그가 장래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영국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대사관저에 미얀마 대사관 직원들이 침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법을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얀마 귀국시 어떤 위험이 있을지 묻자 "내가 돌아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다면 내 모습과 똑같이 생긴 마스크를 줄 테니 한번 가봐라"라면서 농담 섞인 답을 내놨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내 나라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명을 잃고 있다. 그들의 가족은 나보다 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활동가 진영에 있어 민 대사는 매우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군부가 구금 중인 수치 고문 등의 석방을 요구한 몇 안 되는 해외 주재 대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겸직해온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대사직은 유지 중이다.
그러나 그는 반(反) 쿠데타 운동의 핵심 줄기인 시민불복종운동(CDM)과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 지지를 몇 주 동안 거부했다.
지난 7일 대사관에서 쫓겨난 뒤에야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 대사는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 당시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 군부와 정부의 다른 인권 위반 행위를 옹호해 왔다.
민 대사는 "로힝야 이슈는 매우 매우 중요하며, 그들에게 큰 동정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이 문제를 얘기하기 좋은 때가 아니다.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의 석방, (군부의) 학살 등을 끝낸 뒤에야 로힝야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사 신분으로 CRPH에 가담할 수는 없었으며, 지금은 자유로운 신분인 만큼 군부 쿠데타 반대 민주진영에 가담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의 위기가 내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 대사는 "군부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어린이들을 포함해 시민들이 죽고 있다. 당연히 그들은 무고한 이들이다"라면서 "무기도 없이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것이 그들의 권리"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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