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내전 격화…미군 철수로 아프간에 후폭풍 우려

입력 2021-04-14 13:21   수정 2021-04-14 13:44

정치 혼란·내전 격화…미군 철수로 아프간에 후폭풍 우려
평화협상 무산 위기 속 아프간 정부 분열 가속화 전망
탈레반의 '미군 없는 아프간' 재장악 가능성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아프간 내 상황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군이 별다른 조건 없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경우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군 철수 선언에 따라 평화협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아프간에서는 정치적 혼란과 폭력 증가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4일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 정부 평화협상팀 멤버 중 한 명인 나데르 나데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바이든 정부의 미군 철수 시한 제시에 대해 "탈레반에게 중요한 여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데리는 탈레반이 '기다려서 모두 이기자'는 식의 결정을 내리게 되면 아프간 내 폭력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이번 미군 철군 계획 소식이 나오자마자 "모든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어떤 콘퍼런스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국이 '철군 시한'인 5월 1일을 지키지 않기로 한 점을 평화협상 불참 명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월까지만 기다리면 외국군 없는 아프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탈레반으로서는 굳이 평화협상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시간은 탈레반편'인 것이다.
특히 탈레반은 5월 1일까지 철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그간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미국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 철수 선언으로 아프간이 새로운 내전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의 90%가량을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섰고 현재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철수로 대적할 세력이 사실상 없어지게 되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 자신들만의 정권을 수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와중에 아프간 정부 내 분열은 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내 정치적 갈등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버팀목'인 미국마저 빠져나갈 경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기반은 더욱 약해지고 정치 세력 간 대립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가니 대통령은 현재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 출신인 압둘라 압둘라와 권력을 나눠 가진 상태다.
가니는 대통령으로 정부 내 수장 자리를 맡았고, 대신 '정권 2인자'로 여겨지는 압둘라는 국가화해최고위원회를 통해 탈레반과 평화협상 등을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프간 정부 내에서는 종족, 지역 등을 토대로 여러 세력이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군 철수가 이뤄지면 아프간 여성 인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 여자 어린이 교육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다.
여성들은 이 밖에도 강간 등 여러 범죄에 노출됐고 강제 결혼이 횡행했다. 아프간 여성에게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인 셈이다.
지금 카불에 사는 여성 상당수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으며 화장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며 외출하기도 한다.
외신들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 가능성이 아프간 여성에게는 공포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4∼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이 현지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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