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 최종 승자는 탈레반?…미군 철수로 군사력공백 우려

입력 2021-04-15 13:56  

아프간 전쟁 최종 승자는 탈레반?…미군 철수로 군사력공백 우려
탈레반, 아프간 재장악 가능성…평화협상은 불투명
정부 내 정치 혼란 가속화…여성 인권 위협·IS 세력 확대 전망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20년 전쟁의 최종 승자는 탈레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오는 9월 11일까지 현지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아프간 내 상황이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사적으로 아프간에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정치·경제 기반이 허약하고 분열상이 심각한 아프간이 또 다른 내전 등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미군이 별다른 조건 없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경우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노려 아프간을 다시 완전히 장악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시간은 탈레반 편…평화협상 멀어지고 내전 격화될 듯
1996년 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2001년 미국 공격으로 정권에서 밀려났다.
미국은 당시 9·11 테러 배후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탈레반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거부하자 동맹국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국은 아프간에 친서방 정권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지만, 탈레반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서 지금은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간 탈레반의 공세를 막아낸 핵심 축은 미군이었다. 미군은 직접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공습, 군사 훈련과 물량 지원 등을 통해 아프간 정부군을 떠받쳐왔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2천500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7천명이 주둔해 있다.
하지만 이런 외국군이 이제 발을 빼게 됨에 따라 탈레반은 마음놓고 곳곳을 누빌 수 있게 됐다.
아프간 정부 평화협상팀 멤버 중 한 명인 나데르 나데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군 철수에 대해 "탈레반에게 중요한 여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데리는 탈레반이 '기다려서 모두 이기자'는 식의 결정을 내리게 되면 아프간 내 사태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이번 미군 철군 계획 소식이 나오자마자 "모든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어떤 콘퍼런스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국이 기존 '철군 시한'인 5월 1일을 지키지 않기로 한 점을 평화협상 불참 명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월까지만 기다리면 외국군 없는 아프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탈레반으로서는 굳이 평화협상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시간은 탈레반 편'인 것이다.
특히 탈레반은 5월 1일까지 철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그간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미국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간이 미군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내전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분열된 아프간 정부…정치 혼란 불가피
와중에 아프간 정부 내 분열은 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내 정치적 갈등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버팀목'인 미국마저 빠져나갈 경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기반은 더욱 약해지고 정치 세력 간 대립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가니 대통령은 현재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 출신인 압둘라 압둘라와 권력을 나눠 가진 상태다.
가니 대통령은 2014년에 이어 2019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압둘라는 부정 투표 의혹 등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했다.
2014년에는 미국의 중재 끝에 가니는 대통령, 압둘라는 최고 행정관을 맡으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이번 대선 후에는 가니는 대통령으로 정부 내 수장 자리를 맡았고, 압둘라는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으로 탈레반과 평화협상 등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프간 정부 내에서는 종족, 지역 등을 토대로 여러 세력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미군이 빠져나가면 정부 내 정치적 혼란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내 근절되지 않는 부패도 문제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의 부패가 심각하다며 2019년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비용으로 예정된 1억달러(약 1천120억원)와 또 다른 원조 6천만달러(약 670억원)를 보류하기도 했다.
미국이 국제 원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아프간 정부의 돈줄을 죈 것은 매우 드문 일 중 하나였다.


◇ 공포에 사로잡힌 여성
미군 철수가 이뤄지면 아프간 여성 인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 여자 어린이 교육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다.
여성들은 이 밖에도 강간 등 여러 범죄에 노출됐고 강제 결혼이 횡행했다. 아프간 여성에게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인 셈이다.
지금 카불에 사는 여성 상당수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으며 화장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며 외출하기도 한다.
외신들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 가능성이 아프간 여성에게는 공포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라트대에 다니는 학생 바시레 헤이다리는 14일 가디언에 "끔찍한 나날을 앞두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나를 집에서 못 나가게 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사회활동가는 "사무실로 찾아와 탈레반이 언제 복귀할지, 그들이 여성 교육을 유지할지 물어보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아졌다"면서 여권 후퇴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또 다른 내전은 IS에 호재
아프간 내 '이슬람국가'(IS)의 움직임도 현지 상황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2014∼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IS는 현지에 'IS 호라산 지부'를 만드는 등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호라산은 이란어로 '해 뜨는 곳'을 뜻하며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슬람 수니파인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탈레반과 종종 대립해왔다.
이런 배경 속에 IS는 최근 평화협상 기류를 틈타 영향력 확대에 더욱 힘쓰고 있다.
IS는 2019년 8월 카불 서부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 무려 63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카불대에서도 총격 테러를 주도해 20여명을 숨지게 하기도 했다.
미국으로서는 아프간에서만 주로 활동하는 탈레반보다는 국제적으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는 IS가 앞으로 더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IS는 지난 수년간 동부지역의 근거지에서 밀려났다는 게 아프간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실제로 IS는 최대 5천여명의 조직원을 유지하며 일부 점령지를 사실상 통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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