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쌍용차 이번만큼은 확실한 회생 방안 마련하길

입력 2021-04-15 17:33  

[연합시론] 쌍용차 이번만큼은 확실한 회생 방안 마련하길

(서울=연합뉴스) 또다시 경영난에 빠진 쌍용자동차가 법원이 허락한 유예 기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끝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개시하기로 하고 회생절차 관리인으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을 선임했다. 지난 2011년 3월 인도 마힌드라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2년여에 걸친 첫 번째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지 10년 만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21일 쌍용차가 기업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회생개시 결정을 미룬 채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그러나 관건이었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사와의 인수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법원으로서도 더는 절차를 지체할 수 없게 됐다. 통상적으로 법정관리는 채권자 목록 제출과 채권 조사,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결의), 회생계획 인가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계속기업 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해당 업체는 청산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다만, 쌍용차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추진하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성공한다면 조기에 회생절차가 종결될 수도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와는 관계없이 변제하는 공익채권 규모만 해도 3천700억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본사는 물론 협력업체 임직원까지 최소 2만여명이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고 지역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몰고올 쌍용차의 파산은 가능한 한 막아야 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회생계획 인가 전 M&A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인수 업체를 찾고 새 주인의 주도 아래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HAAH오토모티브 이외에도 국내외 업체 상당수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면에서는 HAAH오토모티브 한 업체만을 상대로 협상할 때보다 더 용이하게 인수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까지 거론된 원매자 가운데는 자금력이나 인수 의지, 경영 능력 등 측면에서 의문시되는 업체가 적지 않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견실하지 못한 업체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당장의 고비는 넘는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해 다시 경영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인수 업체를 구하는 방법은 쌍용차가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법정관리 이후 쌍용차가 정상궤도를 회복하고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필수적이다. 부실한 기업의 회생을 위한 일반적인 방안으로는 인적 구조조정과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 등을 통한 비용 절감과 경쟁력 향상이 꼽힌다. 쌍용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쌍용차 노동조합이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할 태세가 돼 있지 않다면 M&A의 성사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 쌍용차의 부실이 심각하고 향후 회생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인수 희망 업체들이 부채 탕감이나 금융 지원을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당장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전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필요하면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후속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랏돈을 들여서라도 쌍용차만은 살려야 한다거나 전망 없는 기업은 파산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양극단의 주장은 모두 옳지 않다. 긴 안목에서 볼 때 쌍용차는 살리는 편이 바람직하겠지만, 여기에 필요한 국가적 지원은 명분과 합리성이 전제돼야 가능할 것이다. 우선은 이해 당사자들, 특히 쌍용차 노사가 먼저 희생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부실의 늪에 빠져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확실한 회생의 계획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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