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고장 나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

입력 2021-04-17 10:47  

이게 고장 나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
이스라엘 연구진, 뇌의 공복감 조절 메커니즘 규명
칼슘, 식사 후 포만감 느끼는 데 도움…저널 '사이언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뇌의 식욕 조절 메커니즘에 유전적 결함이 생긴 사람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항상 배가 고프다. 당연히 이런 사람은 심한 비만이 되기 쉽다.
'멜라노코르틴 수용체 4'(melanocortin receptor 4·약칭 'MC 4 수용체')는 뇌의 공복감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 같은 존재다.
비만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이 MC 4 수용체가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 세트멜라노타이드(setmelanotide)라는 '신드롬 비만(syndromic obesity)' 치료제가 MC 4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기전도 상세히 규명했다.
이 연구엔 '퀸 메리 유니버시티 오브 런던'과 '헤브루 유니버시티 오브 예루살렘'의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16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MC 4 수용체는 인체의 항상성(恒常性) 중추인 시상하부의 특정 신경세포 집단(cluster of neurons) 안에서 발견된다.
이 뉴런 무리는 다양한 에너지 관련 대사 신호를 처리하면서 에너지 균형을 맞춘다.
평소 활성 상태의 MC 4는 '포만' 신호를 내보낸다. 뇌의 입장에선 포만감을 느끼는 게 몸의 기본 상태라는 의미다.
하지만 에너지 수위가 낮아지면 시상하부의 뉴런 무리가 '공복' 호르몬을 분비하고, MC 4도 비활성 상태로 전환해 '공복' 신호를 내보낸다.
그러다가 배가 채워지면 '포만' 호르몬이 MC 4의 동일한 사이트에 작용해 '공복' 호르몬을 대체하고 MC 4는 다시 활성화해 기본 상태로 복귀한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MC 4 수용체의 활성화를 막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늘 공복감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MC 4가 세트멜라노타이드 같은 비만 치료제의 주요 표적이 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연구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지속적인 공복감과 심한 비만으로 고통받는 어떤 가족의 사연이 연구팀에 알려진 것이다.
이 가족에서는 최소 8명이 이런 증상에 시달렸고, 이들 대부분은 BMI(체질량지수)가 평균의 3배 수준을 웃돌았다.
이런 고통을 주는 원인은 놀랍게도 MC 4 수용체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세포막에서 다량의 MC 4를 분리한 뒤 세트멜라노타이드를 적용하고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MC 4의 입체 구조를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세트멜라노타이드가 MC 4의 결합 포켓(binding pocket)에 진입하면 MC 4가 활성화하는 걸 확인했다.
그것은 '포만' 신호를 내보내는 분자 스위치를 직접 자극하는 것과 같아, 자연 분비되는 '포만' 호르몬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냈다.
이때 칼슘 이온이 포켓에 함께 들어가 세트멜라노타이드와 MC 4의 결합을 강화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칼슘은 자연 분비되는 '포만' 호르몬이 MC 4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걸 보조하면서, 공복 호르몬의 작용은 방해했다.
또 세트멜라노타이드가 MC 4의 포켓에 들어가면 MC 4의 구조 자체가 변했고, 이 변화가 뉴런 내 신호를 일으켜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바이츠만 연구소의 모란 샬레브-베나미 구조 생물학 박사는 "포만 신호가 공복 신호와 경쟁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칼슘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라면서 "칼슘은 음식 섭취 후 뇌가 포만감을 느끼게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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