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동굴 바닥서 얻은 DNA 조각으로 고대 흑곰 게놈 재구성

입력 2021-04-20 14:33  

석기시대 동굴 바닥서 얻은 DNA 조각으로 고대 흑곰 게놈 재구성
화석 대신 토양에 섞인 분뇨서 유전 물질 채집…"유전학 분야의 달 착륙"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고대 유전자 분석은 대개 이빨이나 뼈 등에 구멍을 뚫어 채취한 유전 물질을 이용하는데, 석기시대 동굴 토양에 남은 유전 물질을 채집해 고대 북미 흑곰의 게놈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양에서 수집한 DNA 조각으로 전체에 가까운 게놈 분석을 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화석에만 의존해온 고대 유전자 분석에 새 지평을 여는 것으로 평가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과학 저널 '사이언스'의 뉴스 사이트인 '사이언스맥닷오르그'(ScienceMag.org)에 따르면 코펜하겐대학 진화유전학자 에스케 윌러슬레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멕시코 북부 치키후이테(Chiquihuite) 동굴의 토양과 퇴적물에서 채집한 DNA 조각을 통해 약 1만6천년 전 석기시대 곰의 게놈을 재구성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치키후이테 동굴에서 채집한 시료에 곰이 배설한 대소변이 포함돼 있었으며, 여기에 남아있는 DNA 조각을 토대로 북미 흑곰의 조상인 석기시대 아메리카 흑곰(Ursus americanus)과 약 1만2천 년 전 멸종한 '짧은 얼굴 곰'(short-faced bear)으로 알려진 '아르크토두스 시무스'(Arctodus simus) 등 곰 두 종의 유전자 코드를 재구성했다.
윌러슬레브 교수는 "사람이나 동물이 대변이나 소변을 볼 때 세포도 같이 배설되는데, 이들 세포의 DNA 조각이 바로 우리가 동굴 토양 시료에서 찾아낸 것"이라면서 "강력한 유전자 분석기술을 이용해 DNA 조각으로 게놈을 재구성한 것은 처음이며 이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대 DNA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토양이나 퇴적물에서 발견된 DNA 조각으로 게놈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면서 "이는 종의 진화에서 기후변화에 이르는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화석이 더는 필요하지 않아 유전학 분야의 달 착륙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키후이테 동굴은 해발 2천750m에 있는 석기시대 동굴로 2천개 가까운 석기와 박편이 발굴됐다.
연구팀은 지난해 석기 주변 퇴적물에서 발견된 동식물의 유전자를 분석해 2만5천~3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살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미주 대륙에 인류가 처음 도착한 것으로 추정했던 시기보다 1만5천년 이상 이른 것이나 동굴에서 인간의 DNA가 나오지는 않았다.



연구팀이 후속 연구로 치키후이테 동굴 바닥에서 채취한 시료 48개에서 DNA 조각을 찾아내 곰 이외에 들쥐, 박쥐, 캥거루쥐 등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으며 곰 두 종에 대해서는 게놈 분석까지 이뤄냈다.
논문 제1저자인 미켈 윈테르 페데르센 조교수는 "멕시코 북부지역에 서식하던 짧은 얼굴 곰은 캐나다 북서부에 살던 흑곰 개체와는 분명하게 다른 종이며, 이는 토양에서 채집한 DNA 파편을 토대로 재구성한 게놈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지식의 좋은 본보기"라고 지적했다.
짧은 얼굴 곰은 네발로 선 키가 2m 가까이 되는 대형 곰으로 무게가 1천㎏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텍사스 A&M대학 고고학자 애나 린더홀름은 사이언스맥과의 회견에서 "고대 DNA를 채집할 때 있을만한 곳의 표면을 긁어내기만 하면 돼 (고대 DNA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평했으며, 고대 DNA를 10년째 연구해온 빈 대학의 인류학자 론 핀하시 부교수는 "(화석이 아닌) 환경적 시료로부터 얻은 고대 DNA 분석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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