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폭탄 숨겼나? 양곤은 검문검색 중…"하루 20차례도"

입력 2021-04-21 08:00   수정 2021-04-21 16:27

[미얀마 르포] 폭탄 숨겼나? 양곤은 검문검색 중…"하루 20차례도"
잇단 폭발사고에 군부 민감…도로변에 3인1조로 30~40명 총들고 수색
승객 내리게 하고 샅샅이 뒤져…"총으로 위협해 현금 탈취" 보도도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경이 최근 양곤 시내에서 잇따른 폭발물 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존에도 검문 검색은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그 수위가 대폭 강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양곤 시내 4곳의 공공건물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이어 13일에는 미니곤 지역 공원에서, 17일 양킨 타운십 사무소에서 사제폭탄 3개가 각각 터졌고, 20일에도 북다곤 동사무소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사흘이 멀다고 양곤 곳곳에서 공공건물이 폭발로 손상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군부는 이를 반(反)군부 진영의 소행이라고 보고 검문 검색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기자가 지난 19일 양곤 시내에서 11㎞ 떨어진 외곽의 집으로 차량을 몰고 움직이는 길에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는 퇴근 시간에도 30분쯤 걸리는 거리다.
이 짧은 거리에서 기자는 총 세 차례 검문 검색을 당했다.
특히 구(區)와 구의 경계 및 다리에서는 여지없이 길 양쪽을 막고, 군경 30~40명이 차량을 붙잡았다.
최대 축제인 띤잔 연휴가 막 끝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차량 통행이 잦지 않은 기간임에도 검문소 인근에서 차량으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양곤 시내 떠마인 지역 현대자동차 미얀마 본사 건물 앞.
군경 3명이 한 팀이었다. 총을 든 군경 두 명이 차를 막아서고 총 없는 군경이 차 창문을 내리게 하며 검문을 시작했다.
총을 비스듬히 옆구리에 세우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 노려보는 눈길에 괜스레 주눅이 들었다.
군인 한 명이 "베 똬 말룰레"(어디 가는 길이냐)라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기자가 사는 곳을 말하자 그때부터 검문 검색이 진행됐다.
기자에게 내리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차량 내에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센터 콘솔이나 글러브박스를 차례로 열게 하고 트렁크까지 열라고 한 뒤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신분증이나 여권을 보여달라는 요구는 아예 없었다. 국적 불문이란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벗으라는 요구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오로지 차에 수상한 물건이 있는지를 찾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기자의 경우, 검문 검색에 1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외국인이라서 그나마 짧게 걸린 것이었다.
군경은 앞에 있던 택시에 탄 미얀마인 승객들과 운송용 트럭에 타고 있던 미얀마인들을 차에서 모두 내리게 한 뒤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양곤 외곽으로 건너가는 다리 앞에서 당한 두 번째 검문 검색은 시간이 더 걸렸다.
군경이 트럭 짐칸의 미얀마 여성 4명과 운전석의 남성 2명을 모두 내리게 한 뒤 차량 이곳저곳을 샅샅이 훑어본 것은 물론이고, 이들로부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사진을 살펴보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혹시 군경의 폭력 장면 등이 담긴 사진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 것이었다.
기자는 이날 휴대폰을 달라는 요구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주 이런 일이 있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진첩은 미리 깨끗하게 지웠다.
세 차례 검문 검색으로 1시간 가량이 더 걸린 귀가길 '고생'을 털어놓자 한 미얀마 지인도 맞장구를 쳤다.
양곤에서 70여 km 떨어진 고향 바고시에서 양곤으로 돌아오는 길에 검문검색을 8차례나 당했다는 것이다.
고향에서 돌아오느라 옷가지 등을 담은 짐들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열어보고 세세히 검색하더라고 했다.
한 교민은 며칠 전 이용했던 미얀마 택시의 기사가 "하루에 20번도 넘게 군경에게 검문 검색을 당하니 정말 힘들다"며 하소연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검문 검색만 당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군경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5일 양곤 한 양판점 앞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검문 검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가방에 든 현금 1백만 짯(약 80만원)을 총을 들고 위협하는 군경에 빼앗겼다는 시민의 인터뷰가 현지 매체에 실리기도 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인들의 삶은 매일매일 힘들어지고 있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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