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다운 없는 17일짜리' 日 3차 긴급사태 효과 놓고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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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23 19:04  

'록다운 없는 17일짜리' 日 3차 긴급사태 효과 놓고 회의론

'록다운 없는 17일짜리' 日 3차 긴급사태 효과 놓고 회의론

코로나 확산 억제 실패 땐 도쿄올림픽 무산 가능성 커질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3번째 긴급사태를 선택했다.

일본의 긴급사태는 중앙정부 수반인 총리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에 맞서는 대책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지난해 코로나19를 적용 대상에 넣어 개정된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은 총리가 감염증의 전국적이고 급속한 만연으로 국민 생활이나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지역과 기간을 정해 긴급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별로 지역과 기간을 정해 긴급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광역단체장은 사람 간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긴급사태는 일부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유동 인구를 막는 봉쇄 개념인 '록다운'(봉쇄)을 포함하지 않는다.

핵심은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에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자숙'(自肅)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작년 초부터 세계적인 유행이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작년 4월과 올 1월 등 2차례에 걸쳐 선포됐다.

작년 4월에는 도쿄 등 7개 광역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됐다가 49일 만에 해제됐다.

수도권과 간사이(關西)권을 중심으로 14개 광역 지역이 적용 대상이었던 2차 긴급사태는 최장 73일간 이어졌다.

이번에는 오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도쿄와 간사이권 3개 광역지역 등 4곳만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오는 29일 시작되는 '골든위크'(황금연휴)를 타깃으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강하고 짧게' 잡은 대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국경일인 '쇼와(昭和)의 날'로 목요일인 오는 29일부터 어린이날인 내달 5일까지가 연휴다.

연휴 기간에 유동 인구가 급증할 경우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어 이를 막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이번 긴급사태 선포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면 일부 지역에 국한한 초단기 처방으로 사태가 호전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1차 긴급사태가 발효한 시점의 직전 7일간 평균치는 320명 선이었다.

2차 발효 시점에는 이 수치가 5천100명대로 폭증했고, 3차 발효를 앞둔 이달 22일 기준으로는 2차 때 수준에 거의 육박하는 4천495명이다.

신규 확진자 발생 기준으로는 3차 발령을 앞둔 현 상황이 2차 때보다는 조금 나아 보이지만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 지역의 경우 지난 12~18일 1주간의 검사에서 확진자 중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인 'N501Y' 감염자 점유율이 32.8%를 차지했다.

그러나 5월 초순에는 이 비율이 80~90%로 급등할 것으로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예상하고 있다.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권에서는 이미 확진자의 80~90%가 변이형 환자로 바뀐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인도에서 창궐하는 이중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도 5건이나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설상가상 국면이다.

강제성을 띠는 이동 규제가 배제된 느슨한 긴급사태 대책도 사정을 호전시키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3차 긴급사태 적용 지역에서는 음식점 등의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등 이전과 비교해 강도가 세진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특정 업종을 겨냥한 국소적인 대책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퍼지는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전반적인 사정이 훨씬 나쁜데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3차 긴급사태의 적용 기간이나 범위를 2차 때보다 축소해 잡았다.

이 때문에 3번째 긴급사태 선포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긴급사태 기간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일본 방문 일정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짧게 잡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내달 17∼18일 일본을 방문해 히로시마(廣島)시의 성화 봉송 행사에 참여하고 스가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도쿄올림픽과 맞물린 사례가 이전부터 반복됐다.



작년 3월에는 도쿄올림픽 연기를 결정하고 나서야 첫 긴급사태가 발령됐고, 올 3월에는 하루 확진자가 1천 명 안팎 나오던 상황에서 성화 봉송 개시를 사흘 앞두고 수도권의 긴급사태를 성급하게 해제해 사실상 재확산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어쨌든 3차 긴급사태 선포는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스가 총리가 던진 최후의 카드로 볼 수 있다.

이 카드에는 감염이 심각한 곳으로 지역을 좁혀 단기 결전 방식으로 효과를 내겠다는 스가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가장 강력한 대책인 긴급사태 재선포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문제를 놓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은 집권 자민당 간부가 "여기서 (코로나19를) 억제하지 못하면 올여름 올림픽 개최는 끝내 어려워질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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