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예상하는 '이건희 지분' 상속 시나리오는?

입력 2021-04-25 06:07   수정 2021-04-28 16:22

증권가 예상하는 '이건희 지분' 상속 시나리오는?
이재용 몰아주기 vs 법정비율 상속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갖는 시나리오도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이지헌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이번주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회장이보유한 지분이 어디로 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지분을 갖고 있다.
상속의 핵심은 그룹 지배구조와 닿아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주식 상속가액 기준)는 15조5천억원, 삼성생명은 2조7천억원으로 상속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증권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지분이 이 부회장 등 세 자녀 중심으로 배분되더라도 그 방식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5.0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17.33%)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0.06%)과 삼성전자(0.70%) 지분은 적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누가 상속받느냐는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 '이재용 무게중심 유지' 관측…삼성전자·생명 몰아주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전부를 이 부회장이 상속받는 시나리오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나머지 주식과 부동산을 상속받는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상속인들이 각자 상속받은 재산 비율대로 상속세를 분담하기로 한다면 이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SDS(지분가치 약 1조4천억원) 등 일부 계열사 보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상속세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삼성생명 지분을 절반가량 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더해진다. 이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상속받은 삼성생명 지분 20.76% 가운데 절반인 10%가량을 매각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두 동생 간 지분가치 배분 비율에 주목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등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할 당시 남매간 지분가치 비율이 6대 2대 2로 맞춰진 바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지분, 이재용 아닌 물산으로?…편법 논란 관건
4.18%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 등 일가가 아니라 삼성물산이 '상속'받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15조원을 넘어 이 부회장 등 개인이 가져갈 경우 상속세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매각한다고 해도 10조원을 넘는 상속세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가져가면 세금 계산이 복잡해진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상속재산가액 15조6천억원을 상속받는 대신 법인세 3조9천억원(세율 25%)을 내야 한다.
하지만 상속세법은 고인의 직계 비속이나 상속인이 유산을 받은 영리법인의 주주인 경우 이 영리법인에 대한 지분율 만큼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5.55%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 3남매는 삼성전자 지분 15조5천억원이 유족들에게 상속됐을 경우 내야 할 상속세 9조4천억원(주식 상속세율 60%)을 기준으로 삼성물산 보유 지분에 해당하는 1조6천억원과 5천억원씩(이 사장과 이 이사장)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을 모두 합쳐 삼성 일가가 부담할 상속세가 애초 알려진 12조원가량이 아니라 4조∼5조원대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삼성물산이 내는 법인세를 합쳐도 세금 부담이 2조9천억원 줄어든다.
다만 이는 이 회장이 유언장에 내용을 명시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9% 이상으로 높여 삼성생명(8.51%)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올라선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최상단에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곧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낮춰도록 하는내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고 법인세를 내는 게 이득이고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의 직접 지배를 포기하고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피해를 보는 대신에 세금 부담은 줄일 수 있어 피해와 혜택이 같이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삼성 일가로서는 매년 삼성전자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배당금을 포기해야 한다.



◇ 법정비율 상속도 유효…불협화음 최소화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는 시나리오도 있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나눠 짊어지고,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다.
민법 규정을 따르면 이 전 관장이 상속 재산의 3분의 1을, 이 부회장 등 자녀 3명이 나머지 3분의 2를 균분해 나눠 갖게 된다.
다만, 나중에 또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홍 전 관장은 상속을 받지 않고, 세 자녀만 지분을 나눠 갖는 방안도 있다.
민법상 원칙을 따를 경우 3남매는 상속 재산을 균등하게 나눠 갖게 된다.
여기에는 그동안 삼성이 이 부회장 중심으로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균등하게 배분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상속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3분의 1씩 나눠 갖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4% 지분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라는 법인이 지배하고 있다"며 "유족들이 나누더라도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1명한테 몰아주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만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분 상속세만 수조원에 달해 당장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이를 납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유족 중에 상속세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이 부회장밖에 없다. 두 자매는 지분이 삼성물산밖에 없어서 추가로 지분을 받기에는 상속세 부담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 전자는 이재용, 생명은 이부진·서현?…"현실성 낮아"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나머지 주식을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상속받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0%에 불과하다.
이 전 회장은 삼성생명(20.76%) 최대주주다. 홍 전 관장과 두 자매가 이를 모두 상속받으면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넘어서게 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8.51%)의 최대주주인데, 가족 간 불협화음이 나는 최악의 경우 3명이 합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위협할 수도 있다.
자칫 '제2의 한진칼'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시나리오다.
홍 전 관장과 두 자매가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미 승인을 받아 0.0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 재임 때부터 이 부회장 체제로 경영권 승계가 구축돼 온 만큼 일가가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자기 몫을 강하게 요구해왔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그런 분란의 가능성에는 크게 가중치를 주지 않고 있다"며 "한진처럼 가족 간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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