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광풍] ⑥전문가 "가상화폐 인정할지부터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입력 2021-04-26 06:02   수정 2021-04-27 09:12

[코인광풍] ⑥전문가 "가상화폐 인정할지부터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블록체인 산업 진흥·투자자 보호·시장관리 제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정부가 최근 가상화폐에 대해 '내재가치가 없고 투기성이 강한 가상자산'이라고 규정하면서, 가상화폐의 실체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이 2018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커진 데다 가상화폐 열풍이 세계적인 현상으로 떠오른 만큼, 정부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할지부터 '열린 자세'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 "가상화폐 열기, 세계적 흐름…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외면"
우선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열기가 뜨거웠던 2018년과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정부의 인식이 2018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3년 전과 다른 점으로 가상자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며 글로벌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고, 국내 가상화폐 투자 거래대금이 주식시장 거래대금을 웃도는 등 투자자와 시장 규모가 훨씬 광범위해진 점 등을 꼽았다.
그런데도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 "9월까지 특금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폐쇄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금지 법안 준비,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폐쇄" 등을 언급했을 때와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3∼4년 전에는 우리나라만 비트코인 열풍이 들끓는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가 중심이 돼서 하고 있고 미국 등이 코인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있는 등 예전보다 시장이 꾸준히 커온 게 사실"이라며 "이건 글로벌한 흐름이고 생태계가 바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역으로 가라는 얘긴지, 외면하자는 얘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2018년과 달리 이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정됐고 자산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로 세계가 이렇게 빨리 바뀌었는데 우리 정부는 바뀐 게 없이 그대로다"라면서 "정부가 소통을 못 해서 지난 3년간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 논쟁조차 시작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센터장은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암호화폐 자체를 인정을 안 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같은 정부의 입장"이라며 "인정을 해야 어떤 정책, 법, 제도를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지가 나올 텐데 정부는 그걸(암호화폐 논의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가상화폐 제도권 수용할지 입장정리해야…산업 진흥·투자자 보호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며,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하고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금융위 상임위원 출신인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가상화폐 투자자가 몇백만이고, 거래 규모가 하루 몇십조 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일관되고 통일된 법이나 규제가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에 유의하라고 경고하는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는 투자자 보호나 넓게는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술의 산업적 발전이 불가능하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으로써 진흥할 별도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고, 국회가 그나마 워낙 투자자들이 많고 해외에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것 같으니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시장은 규제를 떠나 현재 제멋대로 가고 있는데, 규제가 제대로 못 따라가면 문제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수용 학회장은 "정부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어떻게 양성화하고 산업적 시각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인지,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정부가 이참에 가상화폐를 제도적으로 육성하고 관리하기는 해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CBDC(디지털 법정화폐)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짤 것인지, 화폐는 아니더라도 투자자산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택할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가상화폐를 쉽게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고, 받아들이더라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며 "화폐로 받아들이기엔 법정화폐가 있는 상태에서 통화체계가 흔들릴 수 있으니 망설일 것이고, 투자자산으로서 받아들이기에도 미국조차 아직 ETF(상장지수펀드) 발행 등이 이뤄지지 않고 제도권 편입이 안 된 상태인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가상화폐의 적정 가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산으로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렵다"며 "비트코인 정도는 기술력 등의 측면에서 인정될 수 있더라도 나머지 알트코인은 사실상 가치가 투기에 따라 결정되는데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젊은층 가상화폐로 몰리는 이유부터 근본적으로 살펴봐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 '광풍'이 부는 현상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젊은층이 가상화폐로 몰리는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상화폐 관련 법·규제 정비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사회적 배경도 함께 고민하고 짚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최근의 '가상화폐 광풍'에 대해 "젊은층이 가상화폐 투자를 많이 하고 빚까지 동원했다면 향후 경제적 파장이 매우 클 수 있다"며 "그렇기에 완전한 제도권 편입은 아니더라도 관리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한탕'을 노리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에 부동산, 주식 등 자산 투자가 열기를 띠면서 젊은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며 "따라서 가상화폐 과열을 막으려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안정시켜 무리한 자산 투자로 모든 걸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사회가 보여줘야 하며, 젊은이들이 투기에 쏟을 열정을 창업에 쏟게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박수용 학회장도 "젊은층 중에서는 '주식 시장은 기관이 중심인데, 오히려 여기가(가상화폐 시장이) 공정한 시장이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더라"고 꼬집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한국의 경우 청년들 대부분이 도저히 기성세대의 자산 축척을 따라갈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힘들게 아르바이트해 번 50만원이 100만원이 되길 바라면서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계좌를 열고 있다. 도대체 300만원 월급 받아 어느 세월에 9억원 아파트를 살 것인가?"라며 "이러한 청년들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행태가 코인 투기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그런데 '그게 투기냐 투자냐', '기본적 분석이 없는데 기술적 분석으로 아무 가치도 없는 허상에 투자하는 너희들은 멍청이들이야', '조심해라 붕괴한다' 같은 똑똑한 말을 하는 어른들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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