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도네시아 한옥마을 가보니…곳곳 한글 간판에 국악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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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28 10:52   수정 2021-04-29 15:23

[르포] 인도네시아 한옥마을 가보니…곳곳 한글 간판에 국악 선율

[르포] 인도네시아 한옥마을 가보니…곳곳 한글 간판에 국악 선율

자카르타서 260㎞ 거리 시골 테마파크에 '제주공원' 조성해 눈길



(타식말라야[인도네시아]=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260㎞ 떨어진 서부자바주 타식말라야군 까랑러식의 '말라야 파크'.

올해 3월 임시로 개장했고, 다음 달 최대 명절 르바란에 그랜드 오픈한다는 이곳에 한옥마을과 한국정원, K팝 거리로 구성된 '제주공원'이 조성돼 연합뉴스 특파원이 취재에 나섰다.



지난 27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출발해 반둥까지 2시간은 고속도로, 그 뒤 3시간은 왕복 2차선 도로로 말라야 파크까지 총 5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렸다.

꼬불꼬불 수없이 많은 산을 넘으면서 '어떻게 이런 시골에 제주공원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짙어졌다.

코로나 사태에다 평일이고,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까지 겹쳐 한산했지만, 한두 팀씩 입장료 1인 3만5천(2천700원) 루피아를 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 방문객은 하루 500∼600명, 주말에는 1천명 정도지만 말라야 파크 측은 르바란 때부터 하루 3천∼4천명을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이전에도 공원이었던 곳을 야외 테마파크로 재조성한 말라야 파크는 부지만 32헥타르.

한국의 특징을 모은 제주 공원은 물론 일본, 인도, 네덜란드, 그리스 등 총 5개 국가별 테마 공간이 조성돼 있다.







말라야 파크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하니 광화문과 비슷하게 만든 성벽과 문에 '제주공원'이라는 현판이 붙어있고, 앞마당에 조성된 정원에도 '제주공원 카랑레식'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이 문을 통해 들어가니, 한옥마을이 펼쳐졌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옥 분위기를 살린 건물 여러 개가 있고, 한복 대여소와 화장실 또한 한옥처럼 만들었다.

스피커에서는 아리랑을 비롯해 국악 선율이 흘러나왔고, '북촌 한옥마을'을 비롯해 곳곳에 한글 간판이 붙어있었다.





기왓장 밑에는 단청을 프린트해 붙였고, 한국의 과거 시골 부엌 분위기도 살렸다.

세 살 아들, 남편과 함께 온 티카(30)씨는 "해외여행을 하는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 있다길래 반둥에서 3시간 넘게 걸려 왔다"며 "한국 전통 집이 이렇게 생겼다니 신기하다. 한글 간판도 정말 예쁘다"며 즐거워했다.

회원 2천여명의 한국사랑모임(한사모) 회장을 맡은 사니씨는 "한국에 6번 다녀올 정도로 한국을 좋아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태에서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줄 처방"이라고 말했다.



한옥마을은 계곡과 붙어 있어 조명과 함께하는 야경도 일품이라고 '제주 공원'을 기획·조성한 말라야 공원 크리에이티브팀 팀원 아니사씨가 말했다.

한옥마을을 지나가면 현재 조성 중인 '한국정원' 공간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K팝 거리가 나온다.

BTS와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들의 간판과 조형물이 있고, 코레일 표지가 붙은 곳으로 들어가면 서울 지하철에 탄 듯한 분위기로 핑크빛 사진을 찍을 수 있다.

K팝 거리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대나무 터널 거리에 각종 한글 간판이 붙어 있고,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이라고 적힌 거대한 조형물이 나온다.

이렇게 제주공원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한복을 빌려 입고 천천히 구경하면 1시간도 거뜬히 보낼 수 있다.



타식말라야군 인구는 총 60만명. 이런 시골 테마파크에 '제주공원'은 어떻게 조성됐을까.

말라야 파크 관리소장 유스프씨는 "이 곳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소유자께서 테마파크 조성을 지시하면서 꼭 집어서 한국 마을(깜풍 코리아)을 만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주공원을 조성하면서 한국인, 전문가의 의견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다음달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뭐든 잘못된 것을 고치고 싶다.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공원은 놀랍게도 말라야 파크의 크리에이티브 팀원 5명이 구글 검색만으로 석 달 동안 '뚝딱' 만들어냈다고 한다. 팀원 중에 한국에 가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팀원 피르만(32)씨는 "우리 다섯 명이 제주공원부터 일본, 인도 등 5개 국가 테마 공간을 짧은 시간에 조성하다 보니 끊임없이 검색하고, 자면서도 해당 국가 꿈을 꿨다"고 말했다.

그는 대나무 거리에 붙은 한글 간판을 보여주며 "이 거리는 내가 단 하루 만에 만들다 보니 오류가 많을 거다. 미안하다. 제대로 고치고 싶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제주공원의 많은 한글 간판이 잘못돼 있었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글에서 예쁜 이미지만 모아오다 보니, 생뚱맞은 간판도 많고 아예 잘못된 글자도 눈에 띄었다.

이날 제주공원의 수정할 부분을 코치하기 위해 방문한 한국문화원 김용운 원장과 김현주 팀장은 공원을 돌아보며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했다.

김 원장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 마을·거리를 조성한 노력만 해도 대단하지만, 홍등이나 벚꽃처럼 한국 상징이 아닌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수정할 부분을 정리해 알려주기로 했고, 인터넷에서 다운받았다는 한국 이미지도 적정한 것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다.

말라야 파크 측이 프린트해서 붙여놓은 그림 중에는 '제주 제국'이란 글자가 적혀 있거나 만화 일러스트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복 대여소의 갓과 한복도 직원들이 인터넷을 참조해 직접 제작한 것이라서 심각한 오류가 없도록 문화원이 지원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어가 능통한 김현주 팀장은 한옥 마을에 붙은 '딤섬' 간판을 보고 "한국에서는 '만두'라고 쓰지, '딤섬'이라고 쓰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등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목록에 적었다.





인도네시아에는 말라야 파크의 제주공원처럼 한옥과 한복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한국 마을·거리가 8곳이나 된다.

자바섬부터 수마트라섬, 찌아찌아족이 사는 부톤섬까지 곳곳에 퍼져있는 한국 마을·거리의 사진을 SNS에서 보면 제주공원처럼 일본과 중국 문화가 뒤섞여 있고, 한글 간판이 잘못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한국문화원 원장과 팀장은 1박2일 일정으로 말라야 파크와 반둥의 한국거리 두 곳의 오류를 수정하러 출장길에 올랐고, 나머지 한국 마을·거리에 대해서도 원격 코치에 나설 계획이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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