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없는 기업집단' 지정한 공정위…미국인 '면죄부' 논란

입력 2021-04-29 15:26  

쿠팡 '총수없는 기업집단' 지정한 공정위…미국인 '면죄부' 논란
"의결권 77%인데도 총수 아니라면 대체 누가 총수…국내 기업 역차별"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장은 미국 법인인 쿠팡 Inc 의결권을 76.7% 가지고 있고 이 회사를 통해 한국 법인 쿠팡㈜를 지배한다. 그러나 총수 지정을 피하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김 의장과 인척 사이 거래도 알릴 필요가 없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이번 결정이 일시적인 조치인 점을 강조했다. 한국계 외국인이 국내에서 대기업집단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 "의결권 77%인데도 총수 아니면 누가 총수"…공정위 "특혜 아냐"
공정위는 29일 올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동일인(총수)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쿠팡 동일인에 쿠팡㈜을 지정했다.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제재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임원, 주주, 김 의장 본인 및 배우자·가족 사이 일정 규모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해야 하는 만큼 규제 공백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공정위는 '미국인'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의장은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대부분의 사업을 한국에서 벌이고 있다. 사업 관련 의사결정은 물론 인사, 인수·합병(M&A)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민단체들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으면 2017년 동일인에 지정된 이해진 네이버 최고투자책임자(GIO) 사례와 달리 외국인 특혜가 될 수 있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도 감시할 수 없다고 비판해 왔다.
경제계에서도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약 77%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총수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를 총수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에 관련 내용을 공시한다는 점이 고려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 기업들이 계속 미국에 상장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외국인 특혜라는 지적에 "동일인 지정 관련 유일한 차이점은 김 의장이 지정될 경우 공시의무가 생기고 친족 회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올라간다는 점인데, 쿠팡 자료를 검토한 결과 김 의장과 친족이 가진 국내회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을 지정하든 김 의장을 지정하든 계열집단에 변화가 없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도 현시점에서 봤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 특혜가 아니다"고 밝혔다.


◇ 김 의장-친인척 사이 거래 알 수 없어…개인회사 나오면 규제공백 발생
공정위는 주요 임원, 주주, 김 의장 본인 및 배우자·가족 사이 일정 규모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미국 SEC에 공시해야 하는 만큼 이를 통해 공정위가 내부거래 현황을 간접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SEC는 미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대표 및 임원, 10% 이상 보유 주주와 그 가족들에 대해 회사와의 거래를 공시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특수관계인 규정상 인척이 가족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아 인척과 거래를 하더라도 이를 공시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한국은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과의 거래 내역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양국의 규제 범위가 달라 제재망 밖을 벗어나는 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또 "김 의장과 친족은 현재 국내에 개인회사를 두고 있지 않고, 없던 회사를 새로 설립해 일감을 거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으나 이 역시 낙관적인 예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장과 친족들이 한국에서 따로 개인회사를 차리고 쿠팡이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총수일가 사익편취로는 제재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다만 차후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MBC에 출연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필요성이 발생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거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동일인 제도를 바꾸려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j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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