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사막 동식물에 '구세주' 된 우물 파는 야생 당나귀와 말

입력 2021-04-30 13:34   수정 2021-04-30 14:48

북미 사막 동식물에 '구세주' 된 우물 파는 야생 당나귀와 말
생태계 파괴 '침입종' 아닌 조력자…흑곰까지 우물 이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북미 사막에서 야생화한 말과 당나귀가 우물을 파 사막의 동식물들에 귀중한 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끼리를 비롯한 대형 동물이 건기에 우물을 파 다른 동식물도 이용하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북미의 말과 당나귀는 원래 생태계에는 없던 종으로 멸종한 대형 동물의 역할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현상으로 지적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에릭 룬드그렌이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주에 걸쳐있는 소노란 사막에서 세 번의 여름에 걸쳐 관찰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말과 당나귀는 유럽인들이 식민지 건설을 위해 도입한 외래종으로 자동차가 도입되면서 야생화한 종들은 원래 생태계를 해치는 침입종으로 간주해 왔다.
연구팀은 당나귀와 말이 파놓는 우물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해 다른 동물의 이용 상황을 살폈으며, 사막 동식물에 대한 이 우물들의 기여도를 지상에 있는 수원(水源)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야생 말과 당나귀가 최대 2m 깊이로 파놓는 우물을 뮬사슴과 야생고양이 보브캣, 멧돼지처럼 생긴 목도리 페커리, 까마귓과 조류 덤블어치 등 사막의 다양한 동물들이 이용하는 것이 포착됐다. 사막 환경에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흑곰까지 우물을 이용하다 카메라에 찍혔다고 한다.
우물 주변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동물 종이 많아지고 활동량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우물들이 뜨겁고 건조한 여름에 지상의 물이 마를 때 유일하게 물을 마실 수 있거나 물을 찾아 이동하는 거리를 짧게 해주는 곳으로, 매년 심한 편차를 보이는 지상 수원에 대한 "완충"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버려진 우물 주변에서는 물가에서 자라는 나무종의 싹이 터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로 동물들이 사막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줄고 있어 당나귀와 말이 파놓는 우물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면서, 말과 당나귀를 침입종으로만 간주해온 것은 편협한 시각이었으며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이해하는 데도 걸림돌이 돼왔다고 했다.
룬드그렌 박사는 약 1만2천년 전 멸종한 북미지역의 코끼리와 말 등 대형 동물들도 비슷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면서 야생 말과 당나귀의 행동은 이런 "고대 선례"를 따른 것일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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