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갈 길 먼 남아공 '자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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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01 08:00  

[샵샵 아프리카] 갈 길 먼 남아공 '자유의 날'

[샵샵 아프리카] 갈 길 먼 남아공 '자유의 날'

최초 흑인 참여 민주선거 27주년…기념관 한산하고 옆에는 빈민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4월 27일은 '프리덤 데이'(Freedom Day) 즉 자유의 날로 공휴일이다.

1994년 이날 남아공 최초의 민주 선거가 이뤄져 흑인들의 참여 속에 사상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뽑았다.

자유의 날을 하루 앞두고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프리덤 파크'(Freedom Park) 박물관을 찾았다.

옛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에 맞서 자유를 향한 영웅적 투쟁을 한 이들을 기리는 곳이다.

프리덤 파크 주변에는 정부 기관인 통계청이 있지만, 양철집 빈민가도 자리하고 있었다.

파크 입구로 가는 길도 협소했다.

파크 정문에선 세 명이 출입을 체크했는데 전화번호와 아이디까지 꼬치꼬치 묻고서야 통과시켰다. 나중에 보니 국내 및 국제 방문자 수를 따로 분류하고 있었다.

자유의 날 목전이었지만 박물관 자체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자유의 날 당일에는 많이 찾는다고 하지만 한산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자유 투사 만델라가 처음으로 투표하고 흑인 유권자들이 첫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꼬불꼬불 길게 줄을 선 사진과 1996년 민주 헌법의 탄생, 흑인 인권을 보장한 권리 장전 등이 전시돼 있었다.

아울러 평화와 안정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새롭게 되는 꿈을 제시하는 공간이 있었다.

흑인 민주정권의 출범까지 역사적 투쟁의 정당성과 위업을 알리는 자리였다.

자유의 날 당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수도권 남쪽 프리스테이트에 가서 기념행사를 했다.

지난해 록다운(봉쇄령) 4단계에 해당하는 이동 제한 조치로 행사를 못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남아공은 30일로 록다운 꼭 400일째를 맞았다. 현재는 가장 조치가 낮은 1단계에 있고 식당 영업 등 경제적 활동은 거의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자유를 향한 투쟁에 한 축을 담당했던 노조 연맹들은 "경축할 것이 없다"라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지난 세월 동안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한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라마포사 대통령은 축사에서 흑인 교육 진전과 수백만 명이 전기를 얻고 빈곤에서 탈출하는 등 획기적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노조원들과 빈민에게는 체감이 잘 안 된다는 상황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튿날인 28일과 29일 이틀간에 걸쳐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전임자 제이콥 주마 대통령 당시의 국정농단을 조사하는 '존도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이 자리에는 여당 ANC 대표 자격으로 나왔다.



그러나 흑인들이 주로 보는 신문 소웨탄은 30일 라마포사 대통령이 ANC에 부패 책임을 온전히 묻는 데 부족했다면서 "대체로 실망스러운 증언이었다"라고 평했다.

다만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신이 ANC 정치위원회 위원장과 부대표 등 요직에 있는 동안 의회가 5년 동안이나 위원회를 구성해 부정부패를 조사하지 않은 것과 관련, "의회가 일을 그르쳤다"라면서 ANC가 부패 저지에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대신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와 언론이 주마 당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였던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의 국정 전횡 등을 폭로함으로써 "애국적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굽타 가문은 제2의 권력 중심으로 장관 임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실상 회피했는데 5월 행정부 수반 자격으로 다시 존도위원회에 나올 때 좀 더 개인적으로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유의 날에 국가 자원의 약탈이 있어선 안 된다면서 정확히 6개월 후에 이뤄질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훌륭한 대표들을 뽑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존도 위원회에서는 ANC가 위원회 활동을 지지하며 이를 통해 갱신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번 주 챈들러 좋은 정부 지수(CGGI)에서 남아공은 조사 대상 104개국 중 70위를 차지했다.



부패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개인보호장구(PPE) 등 보건물자 조달 비리가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도 벌어진 것을 보듯 비단 남아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남아공으로선 만델라의 위업을 이어받은 ANC가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고 있지만 갈수록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시급한 선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자유의 날 27주년을 즈음해 남아공에 좋은 소식도 있었다.



남아공 랜드화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터키 등 개도국 화폐가 다 죽을 쑤고 있는 마당에 홀로 승승장구하면서 런던 금융시장에서 "개도국의 피난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에 비교적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르는 덕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서는 남아공 웨스턴케이프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나의 문어 선생님'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살림 압둘 카림 전 보건부장관 자문위원장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위 있는 과학 협의회의 9인 멤버 중 하나가 됐다.

마침 26일에는 남아공 하늘에도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슈퍼문이 떴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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