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 개발사 "애플, 담장 쳐진 정원에 이용자들 가뒀다"

입력 2021-05-04 11:24  

'포트나이트' 개발사 "애플, 담장 쳐진 정원에 이용자들 가뒀다"
애플-에픽게임스, 앱장터 운영관행 둘러싼 재판 미국서 시작
애플 "폐쇄적 생태계는 사생활 보호·보안용…우린 안드로이드 아냐"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개발자와 앱 장터 운영자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재판이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시작됐다.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는 앱을 통제하면서 판매 수수료로 앱 판매액의 30%를 떼어가는 애플의 사업 관행이 불공정한 반(反)독점법 위반 행위라며 게임 개발사가 제기한 소송의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이 게임 개발사는 인기 1인칭 슈터(FPS)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 게임스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에 따르면 팀 스위니 에픽 게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재판에서 애플이 휘두르는 권한과 애플이 챙겨가는 부당한 몫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회사가 고의로 애플의 앱스토어 규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스위니 CEO는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팔아서 앱개발자들이 버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와 안드로이드를 각각 운영하는 애플과 구글은 모두 앱장터에서 판매되는 앱 가격의 30%를 수수료로 물리고 있다.
애플은 또 2008년 앱스토어를 만든 이래 아이폰·아이패드에 이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하고 자사 결제 시스템을 통해 요금을 내도록 해왔다.
그러자 에픽 게임스는 작년 8월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반기를 들고 이용자들이 직접 에픽 게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결제 시스템을 게임 안에 구축했다.
이에 애플과 구글은 규정 위반을 이유로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고, 에픽 게임스는 애플·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 상대 소송의 재판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WSJ은 이번 소송이 모바일 기기에 앱을 배포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재편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앱 시장 규모는 연간 1천200억달러에 달한다.
증인석에서 선 스위니 CEO는 이날 2시간 넘게 판사인 이본 곤살레스 로저스와 자사 측 변호인, 애플 측 변호인이 던지는 각종 질문에 대답했다.
에픽 게임스는 앱스토어 운영과 관련해 애플을 독점기업으로 묘사해왔다.
에픽 측 변호인 캐서린 포러스트는 이날 에픽 게임스가 애플에 재산상 손실을 입히려는 게 아니라 자사와 모든 앱 개발자들을 위해 애플의 '담장 쳐진 정원'을 해제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담장 쳐진 정원은 성경과 신화 등에 등장하는 장소로, 외부 세계로부터 폐쇄돼 실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없는 곳이다.



포러스트 변호사는 "그 정원은 인위적으로 담 안에 갇혔다"며 "애플의 계획은 이용자들을 (정원에) 가두고 그들이 애플 생태계에서 다른 곳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에픽 게임스는 이날 2013년 애플의 수석 부사장 에디 큐가 현 애플 CEO인 팀 쿡에게 보낸 이메일도 폭로했다. 큐 부사장은 당시 "고객들이 우리 스토어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사람들을 우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고 썼다.
포러스트 변호사는 또 앱스토어의 영업이익률이 2018년 75%, 2019년 78%에 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 변호인 캐런 던은 사생활 보호와 보안 등을 위해 폐쇄적인 앱 스토어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했다.
던 변호사는 "애플이 사람들을 내쫓기 위해 안전하고 통합된 생태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원했던 사생활 보호와 책임, 보안, 우수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개발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던은 또 경쟁적 시장에 대한 에픽 게임스의 관점이 너무 협소하다고 주장했다.
PC나 비디오게임 콘솔 등 소비자들이 포트나이트 게임화폐를 구입한 뒤 아이폰으로 옮겨와 쓰는 등 많은 경쟁 플랫폼이 있다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이나 다른 앱을 배포하는 전체 시장에서 앱스토어는 많은 채널 중 하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던은 "에픽은 우리가 안드로이드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앱장터를 통해 내려받은 앱 가운데 악성 앱이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사내 검토 부서가 앱을 수작업으로 살펴보고 승인해 악성 앱들을 걸러낸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3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애플 쪽에서는 쿡 CEO와 과거 앱스토어를 운영한 필 실러 애플펠로 등이 증인으로 나온다. 에픽 게임스를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 전 애플 직원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WSJ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반독점 소송의 경우 원고가 승소하기 힘들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법원이 디지털 시대에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소송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고 전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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