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소득·일자리·빚…2030 불만 이유 있다

입력 2021-05-05 05:30   수정 2021-05-05 07:51

부동산·소득·일자리·빚…2030 불만 이유 있다
"기성세대·정치권 잘못, 통절하게 반성해야"
"통념 넘어선 다층적이고 상상력 있는 대책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최근 뜨거운 이슈인 가상화폐 문제를 놓고 2030 젊은층과 50대 안팎 기성세대가 세대 전쟁 양상을 보인다.
기성세대가 투기적 행태는 위험하다고 충고하자 젊은층은 '이렇게 된 게 누구 탓이냐'고 따진다.
젊은층은 '넘사벽'이 된 주택 가격과 일자리 부족 문제를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돌린다. K자 양극화의 하단에는 2030이, 상단에는 4050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하고 저축해도 자산 축적을 따라잡기 어렵게 됐다고 화를 낸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뚫은 이들은 공정과 형평, 자기 몫에 민감하다. 기존 노조가 기득권이라며 새로운 노조를 결성하고, 연봉 책정에서 연공서열 대신 성과주의를 요구한다.
국가의 미래인 2030의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거 공간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줘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양보가 필요하고, 실효성 있는 주택정책이 작동해야 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 부동산·소득·일자리·빚…2030 불만 이유 있다
작년 12월 나온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부채를 뺀 평균 순자산은 3억6천287만원이었다. 20대가 7천241만원, 30대는 2억5천385만원, 40대는 3억7천359만원, 50대는 4억987만원, 60세 이상은 3억7천422만원이었다.
20대는 취업 전후 세대라는 점과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 발생이나 자산 축적 기간이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층이 이 정도 차이로 불만을 품는 것은 과해 보인다.
부동산 자산은 가구당 평균 3억1천962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20대는 3천555만원, 30대는 2억1천425만원, 40대는 3억3천421만원, 50대는 3억5천681만원, 60세 이상은 3억3천350만원이었다. 이 역시 20대의 경우 부동산 자산을 갖기엔 이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격차라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은 얘기가 다르다. 서울의 가구당 평균 부동산 자산은 5억837만원이었다. 이는 단독주택,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아파트 등의 평균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 동향에 의하면 서울의 젊은층이 선호하는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7천만원이었다. 서울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6천575만원이다.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저축해도 약 15년이 걸려야 살 수 있다.
2019년 전국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천924만원이었고 20대는 3천533만원, 30대는 6천346만원, 40대는 7천448만원, 50대는 7천549만원이었다. 2030 입장에서는 생산성이나 업무 성과 면에서 우월하다고 하기 어려운 4050 세대에 연공서열서 밀려 임금이 적다는 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부채도 젊은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국 평균 가구당 부채는 평균이 8천256만원이었다. 20대는 3천479만원, 30대는 1억82만원, 40대는 1억1천327만원, 50대는 9천915만원이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자산도 축적된 40대와 50대에 비해 사회 초년생인 20대와 30대의 부채는 과중하게 여겨진다.
일자리 문제에도 젊은층은 불만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는 실업률이 10%, 실업자는 40만4천명이었고 30대는 실업률 4.1%, 실업자는 22만3천명이었다. 15∼29세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인 확장실업률은 25.4%에 달했다.
반면 40대는 실업률이 2.7% 실업자는 17만3천명이었고, 50대는 실업률 3.1%, 실업자는 20만1천명이었다.

◇ "기성세대의 잘못, 통절하게 반성해야"
2030 세대가 사회에 진입한 기간이나 자산 축적 시간이 짧았다는 점을 참작해도 자산, 소득, 일자리 면에서 4050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며 지금과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격차를 줄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4050이 자산시장이나 고용시장에서 강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들도 자녀 교육이나 노후 준비를 생각하면 생활이 빡빡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2030 세대는 나라의 미래다. 이들의 좌절이나 박탈감을 방치할 수 없다. 2030은 이대로는 계층 사다리가 영영 끊길 것이라며 부동산·주식에 영끌 빚투를 하거나 '인생 한 방'을 노리겠다고 코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청년들은) '코로나 세대'로 불리며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려움을 빨리 해소해주지 못하면 이른바 '락다운'(Lockdown)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대의 고용절벽은 심각하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면 기술이나 지식, 경험을 축적하지 못해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된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성세대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4050의 부모 세대는 일제 강점기나 6.25등을 거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자식 세대를 먹고 살게 해줬지만 4050 세대는 자식 세대에게 부를 축적하고 분배가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채 주거 불안정성만 잔뜩 키워놓은 점을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치 주도 세력인 586의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가상화폐 논란은 다층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집과 일자리, 쥐꼬리만 한 소득에 대한 젊은층의 불만과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월세나 전세 살다가 돈을 좀 벌면 빚을 보태 집을 마련한 뒤 한두 번 갈아타면서 자산을 축적했지만,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않는 한 주거 사다리의 상향 이동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 "일자리·주거 안정 위한 맹렬한 대책 시급"
그렇다면 2030이 안고 있는 절박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안동현 교수는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일이 있어선 안 되는 만큼 일각에서 일고 있는 65세 정년 연장론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제로섬 세상,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사회가 되어버렸는데 이는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라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래도 성장을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소장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젊은층의 주거 안정을 이루는 한편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맹렬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젊은층의 미래 불안을 덜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노동 존중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상호 충돌하는 게 아닌 만큼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필요하다면 공공 부문에서 시행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층의 자산 형성 등을 위한 '사회적 상속'이 바람직한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석진 교수는 "부유층의 상속 재산이나 올해 5조원대로 예상되는 종합부동산세의 일부를 떼어내 청년들의 주거 서비스나 자산형성의 시드머니로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면서 "이는 자산이 있는 세대와 없는 세대를 연결하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통념을 넘어선 다층적이고 상상력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8일 강연에서 "보수와 진보가 과거와 진영, 이념 논리로 싸울 것이 아니라 미래를 논하고 혁신을 위한 경제 운영체제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회가 사라지면 사회발전과 역동성, 다양성이 없어지고 고른 기회가 없다면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경제위기가 온다"며 "중요한 것은 성장률, 거시경제 지표가 아니라 민생이며,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유지하는 고른 기회"라고 강조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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