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억제'만 능사 아니다…체내 '발열 증가'도 비만 억제

입력 2021-05-12 17:39  

'식욕 억제'만 능사 아니다…체내 '발열 증가'도 비만 억제
열 발생 '브레이크' 푸는 NPY-Y1 경로 발견
중추 신경계 우회, 부작용 적어…'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 안에는 열 발생을 조절하는 신경펩타이드 Y(NPY)가 존재한다.
이 펩타이드와 결합하는 Y1 수용체를 차단하면 지방 대사가 늘어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Y1 수용체는 체내 열 생성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지방조직에서 이 수용체를 차단하면 '에너지 축적' 지방이 '에너지 연소' 지방으로 바뀌면서 열 생성 스위치가 켜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NPY-Y1 경로는 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 조직에 작용한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만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직접 작용하는 기존의 비만 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해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호주의 기반 의학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비만과 과체중은 세계 공중보건의 주요 이슈가 된 지 오래다.
호주만 해도 전체 성인 인구의 3분의 2가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체중을 줄이려면 생활 방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나, 심한 경우엔 보조 치료로 약물을 쓰기도 한다.
NPY는 먹을 것이 부족한 기아 상황에서 작동하는 생존 메커니즘의 핵심 요소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줄어드는 에너지 공급에 맞춰 체내 열량 소모를 줄이면서 지방을 더 많이 저장하게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풍족한 현대인에게 NPY는, 음식 섭취로 체중이 늘어나는 걸 심화해 비만이나 대사 질환 등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NPY에 의해 조절되는 Y1 수용체가 비만한 사람의 지방 조직에서 높은 수위로 생성된다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실험 단계의 치료 약(BIBO3304)이 Y1에 작용해 체중 증가를 억제한다는 게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생쥐 모델에 고지방 먹이를 주면서 7주간 이 실험 약을 투여하자 Y1 수용체의 생성이 차단됐고, 몸무게도 고지방 사료만 준 생쥐보다 40% 적게 늘었다.
실험 약을 투여한 생쥐는 몸 안에서 열이 더 많이 발생하면서 지방량이 준 것으로 분석됐다.
비만한 사람에게서 분리한 지방 세포에 이 약을 적용하자 세포의 열 발생 관련 유전자가 켜졌다.
이는 인간의 Y1 수용체 경로를 조작하면 지방 대사량을 늘려 체중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특히 이 실험 약은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이 약으로 Y1 수용체 경로를 차단하면 주변 조직에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중추 신경계는 건드리지 않고 지방 조직에서 Y1 수용체만 차단해도 비만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신경 내분비학 연구 그룹의 리더로서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스 옌-촨(Yan-Chuan Shi) 박사는 "현재 쓰이는 비만 처방 약은 대부분 중추 신경계에 작용해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약은 정신의학적 부작용이나 심혈관 부작용이 심해 80% 이상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잠재적으로 NYP-Y1 경로를 조작하는 게 다른 데에도 효과적일 거로 믿는다.
여기엔 골(骨) 성장 자극, 심혈관 기능 향상, 인슐린 저항 개선 등이 포함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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