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택한 칠레 국민…기성 정치인 대신 무소속에 새 헌법 맡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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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8 07:33  

변화 택한 칠레 국민…기성 정치인 대신 무소속에 새 헌법 맡겨(종합)

변화 택한 칠레 국민…기성 정치인 대신 무소속에 새 헌법 맡겨(종합)

제헌의회 155석 중 무소속 48석…좌파 강세·우파 여당 참패

"변화 열망의 승리"…불확실성 속에 주가·페소화 가치 급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 국민은 낡은 '피노체트 헌법'과의 완전한 결별과 새로운 변화를 택했다.

15∼16일(현지시간) 이틀간 치러진 칠레 제헌의회 선거에서는 좌파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반면 우파 여당은 예상보다 더 크게 패했다.

현 정부와 기성 정치권을 심판한 이번 선거 결과는 새로 쓰일 헌법과 칠레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155석 중 무소속 48석…우파 여당은 3분의 1도 못 지켜

17일 칠레 일간 엘메르쿠리오에 따르면 155석 제헌의회에서 무소속 후보가 48석(31%)으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우파 여당 연합이 37석(23.9%)으로 뒤를 이었고,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 연합과 민주당 등 중도 좌파 연합이 각각 28석, 25석을 가져갔다. 17석은 원주민 몫이다. 세계 최초로 성비 균형제를 도입해 남성 78명, 여성 77명으로 이뤄졌다.

엘메르쿠리오는 사실상 무소속으로 분류되는 당선인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88명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 특히 여당 정치인들 대신 정치권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새로운 인물들에게 새 헌법 작성의 중책을 맡긴 것이다.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우파 여당의 부진은 두드러졌다.

칠레 산티아고대의 마르셀로 메야 교수는 AFP통신에 무소속 후보들은 대부분 "정당에 적을 두지 않고 전통 정당에도 비판적인 아웃사이더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학자 클라우디오 푸엔테스는 무소속 당선인 대부분이 좌파 성향이라고 전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은 변화에 대한 칠레 국민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 좌파 민주당의 에랄도 무뇨스 대표는 이번 선거에 대해 "변화의 승리이자 더 품위 있고, 더 공정하고, 더 번영한 칠레로 탈바꿈하려는 국민 열망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 지하철 요금 인상 반대 시위가 끌어낸 새 헌법 제정

칠레 민주화 이후 31년 만에 가장 중요한 선거로 평가받는 이번 선거의 시작은 지난 2019년 10월 칠레 사회를 뒤흔든 대규모 시위였다.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불붙은 시위는 교육, 의료, 노동, 연금 등 사회 불평등을 부추기는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반발로 확대했고, 서른 명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격렬했던 당시 시위 과정에서 현행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현행 헌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1973∼1990년)인 198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으나 근간은 유지됐다.

시위대는 독재 시대의 낡은 유물이면서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행 헌법이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이로 인한 불평등 심화에 책임이 있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 헌법 제정에 부정적이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결국 시위대의 거센 요구를 받아들여 찬반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새 헌법 제정에 78%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고, 이번 제헌의회 선거에서도 현행 헌법과 완전히 결별하고 새로운 헌법을 맞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 불확실성 속 주가·페소화 가치 급락

제헌의회는 앞으로 최대 1년간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조항마다 전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대체로 기존 헌법의 기조를 옹호하는 입장인 우파 여당이 전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좌파나 무소속 의원들의 주장을 저지하기가 힘들어졌다.

칠레 헌법과 사회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반적으론 좌파가 우파에 승리했지만, 무소속 의원들의 이념 성향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안 작성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애시모어그룹의 잰 덴 연구원은 "칠레 국민이 피노체트 헌법과 단호하게 결별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에스피노사 칠레 디에고 포르탈레스대 교수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된 헌법 초안은 내년 중순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현행 헌법의 효력이 유지된다.

우파의 패배와 짙어진 불확실성 속에 이날 칠레 주가와 페소화 가치는 급락했다.

칠레 증시 IPSA 지수는 전날 대비 무려 9.33% 하락했고 페소화 가치도 달러 대비 2% 넘게 떨어졌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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