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에 이집트 중재…바이든 압박도 통했다

입력 2021-05-21 10:27   수정 2021-05-21 13:28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에 이집트 중재…바이든 압박도 통했다
바이든, 이스라엘 네타냐후와 수차례 통화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20일(현지시간) 휴전에 합의한 데는 국제사회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저녁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조건 없는 휴전안을 승인했고 하마스도 21일 오전 2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양측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지 약 열흘 만이다.
2014년 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충돌로 팔레스타인에서는 약 232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는 사망자가 12명 나왔다.


◇ 이·팔과 원만한 이집트, '중재자' 역할
휴전의 이면에는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 이집트의 적극적인 행동이 있었다.
하마스는 이날 이집트와 유엔 등이 중재한 휴전안을 수용한 사실을 확인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가 휴전 중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집트 국영 TV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각각 안보 대표단 2개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파견했다.
앞서 사우디 알아라비야 방송도 이집트 대표단이 휴전 협정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도시 라말라를 방문했다고 보도했었다.
이집트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있을 때 중재 시도를 해왔는데 이번에도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이는 이집트가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집트는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한 뒤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지만 1979년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후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친미국가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지난 수년간 시나이반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을 퇴치하는데 군사적으로 협력했다.
2018년에는 이스라엘 에너지 기업이 이집트와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발표하는 등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가까워졌다.

◇ 유엔, 물밑서 양측에 자제 촉구
이집트와 더불어 유엔도 물밑에서 휴전을 위해 노력했다.
로이터는 유엔 중동특사 토르 베네스랜드가 20일 휴전을 위해 카타르에 머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베네스랜드 특사는 최근 가자지구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해 자제를 촉구해왔다.


◇ 이스라엘 편들던 미국, 사망자 급증하자 네타냐후에 휴전 압박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이 발표된 뒤 연설을 통해 자신과 백악관 고위 보좌관들이 시시각각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 초기에는 이스라엘 편을 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국 영토로 수천 발 로켓포 공격이 날아든다면 이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옹호했다.
그러나 가자지구가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와 피란민 증가 등으로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하자 미국이 가자지구 사태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에서 상원 의원 28명이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국제사회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휴전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또 19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는 휴전으로 가는 중대한 긴장 완화를 기대한다며 재차 휴전을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팔레스타인에 강경 노선을 이어온 네타냐후 총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은 이번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공동성명 채택을 반대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해왔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매년 38억 달러(약 4조3천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우방국이자 강대국인 미국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동정책의 성공을 위해 가자지구 참사를 방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를 편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동시 인정)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과 대화를 모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유혈사태가 악화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이 꼬일 공산이 크다.
휴전 발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과 협력해 가자지구를 인도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팔레스타인을 향해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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