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유목민들, 가축 지키려 무기 구매에 허리 부러진다

입력 2021-05-21 20:41  

케냐 유목민들, 가축 지키려 무기 구매에 허리 부러진다
"가뭄에 가축 잃고 비싼 총기 사느라 소떼 팔아"…치안부재 속 빈곤의 악순환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아루페(가명)는 지난 2019년 이후 총과 탄약을 사기 위해 100마리 이상의 소를 시장에 내다 팔아야했다.
케냐 중서부 바링고 카운티의 티아티 지역에서 가축을 방목하는 그에게는 소가 전 재산이며, 무기를 사들여 강도들로부터 소를 지키기 위해 그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내다 판 것이라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제 아루페 슬하의 4명의 아들이 성장해 이들 가축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약탈자로부터 소 떼와 자신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무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해마다 건기가 다가오면 초지와 물을 찾아 가축들을 이동시키는 가운데 이즈음 인근 부족사회로부터 공격해 오는 강도들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아들들은 강도에게 아버지의 가축을 모두 빼앗기느냐 혹은 총기로 강도를 물리치고 영웅이 되어 마을로 돌아오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아루페는 "여기서는 가축을 소유하는 일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일이 됐다. 무기가 없으면, 운 좋게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가축을 모두 빼앗겨 알거지가 된다"고 토로했다.
중부 리프트밸리 지역에는 정부의 치안 활동 부재로 소유한 가축의 일부를 팔아 아들들을 무장시키는 일이 나머지 가축을 지키는 일이라고 아루페는 전했다.
해당 지역은 수천 가구의 주민이 팍팍한 살림에 무기 구매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느라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등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시장에서 AK-47 자동소총 등 총기류는 8만~10만 실링(약 80만∼104만 원), 탄약은 각각 지역에 따라 100~200실링(1천40원∼2천80원)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주민들은 최근 진행된 정부의 불법무기 자진 반납 캠페인에도 일부는 무기 구매 비용의 보상을 요구하며 반납을 거부했다.
과거 결혼할 신부의 집에 값을 치르려고 가축을 훔치던 전통이 이제는 조직적으로 가축을 약탈해 시장에 내다 파는 상업적 범죄로 이어지며 현지 주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 취학 연령의 아동들은 가축을 돌보느라 들판으로 내몰리고 무장 강도가 되는가 하면 소녀들은 조혼으로 미래가 사라진다.
최근 '야생 수구타 계곡의 후원자'라는 책을 낸 마을 원로 줄리어스 아케노는 이제는 무기 밀거래마저 성행한다며 "주민들에게 미래가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고 반문했다.
이어 "재발하는 가뭄에 많은 가축을 잃고 총과 탄약 구매에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그것들이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타인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가난에 허덕이고 있진 않은가"라며 탄식했다.
케냐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서는 초지를 두고 경쟁 부족 간 충돌이 빈번하며 가축 약탈을 막기 위해 무기를 보유하면서 서로 보복 공격을 가하는 등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airtech-ken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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