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국초기 '대법원 위상 확립' 존 마셜, 로스쿨 명칭서 퇴출

입력 2021-05-25 10:18  

미 건국초기 '대법원 위상 확립' 존 마셜, 로스쿨 명칭서 퇴출
34년 최장수 대법원장…"노예 소유주 겸 거래인, 인종차별적 시각" 지적
'UIC 존 마셜 로스쿨'에서 '존 마셜' 빠져…일부 '역사 지우기' 반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건국 초기, 34년간 연방 대법원장을 지내며 대법원 위상을 확립하고 사법부 권위를 공고히 한 존 마셜(1755~1835)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려 시카고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칭에서 퇴출당한다.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은 24일(현지시간) 기존 명칭인 'UIC 존 마셜 로스쿨'을 오는 7월 1일부터 'UIC 로스쿨'로 변경한다고 공표했다.
대학 측은 "마셜이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대법원장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최근 그가 노예 소유주이자 거래인이었고 인종차별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토 끝에, 그의 이름을 학교명에 포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UIC 이사회는 지난 20일 이 사안을 표결에 부쳐 6대1로 가결했다.
다비 디커슨 법대학장은 "명칭은 바뀌지만, 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영향력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899년 시카고에 설립된 사립학교 존 마셜 로스쿨은 2019년 일리노이 주립대학 시스템에 속한 UIC와 합병되며 'UIC 존 마셜 로스쿨'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번 결정으로 122년 전통의 존 마셜 로스쿨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마셜은 연방하원의원과 국무장관 등을 거쳐 1801년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에 의해 제4대 연방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마셜은 미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대법원장, 가장 존경받는 대법관으로 손꼽혔다.
1835년 사망 전까지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대법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연방 대법원의 기틀을 마련하고, 대법원이 현재의 권위를 갖추게 했다는 평을 듣는다.
지금처럼 대법원이 연방의회와 주(州)의회가 만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권한도 마셜이 1803년 내린 '마버리 대 매디슨'(Marbury v. Madison) 판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시카고대학 법대 출신 법률사학자 폴 핀클먼(71)은 최근 논문을 통해 마셜이 노예를 부리는 대규모 농장을 소유하고 노예를 거래했으며, 법정에서도 최소 15개 사례에서 노예제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역사 지우기'라며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IC 로스쿨 명칭 변경 태스크포스팀을 이끈 샘 존스 교수는 "일부는 '노예제가 오래전에 있었던 미국 역사의 일부이고, 마셜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UIC 외에 클리블랜드와 애틀랜타에도 마셜 전 대법원장의 이름을 붙인 로스쿨이 있다"면서 클리블랜드-마셜 로스쿨은 한 졸업생의 청원에 따라 학교명 변경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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