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강제 착륙에 기내 아수라장…승객들 "공포와 혼돈"

입력 2021-05-25 11:42   수정 2021-05-25 21:41

벨라루스 강제 착륙에 기내 아수라장…승객들 "공포와 혼돈"
"경고방송 없이 급하강…충돌하는 줄"
야권인사 프라타세비치 겁에 질린 채 "사형이 나를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우리 모두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줄로만 알고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야권인사 체포를 위해 벨라루스 당국이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는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수도 민스크에 강제착륙시켰을 당시 120명의 승객이 탑승한 여객기는 혼돈 그 자체였다.
24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탑승객들의 입을 빌어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리투아니아 출신인 라셀 그리고리에바(37)는 ABC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충돌하는 줄로만 알고 패닉에 빠졌다"며 "고도를 급격하게 낮추며 거의 내리꽂히는 듯했다. 굉장히 폭력적이었고, 비행기에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비행기에서는 어떤 경고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벨라루스 당국은 라이언에어에 폭탄 협박이 있었다며 제트기를 동원해 여객기를 강제착륙시켰다.
비행기가 향하고 있는 곳을 눈치채자마자 반체제 인사로 체포된 라만 프라타세비치는 두려워보였다고 주변에선 전언했다.
한 승객은 그가 곧바로 일어서 짐칸에서 노트북을 꺼내 해체하기 시작했다고 했고, 또 다른 승객은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은 사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탑승객은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지만 매우 두려워 보였다"며 "만약 창문이 열려있었다면 뛰어내릴 것 같아 보였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프라타세비치가 라이언에어 승무원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승무원은 법적으로 도리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한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승객들은 지상에서 대기중인 버스에 나눠 탔다.
당국은 승객들 앞에서 프라타세비치를 샅샅이 수색했고, 그의 얼굴엔 공포가 뚜렷했다고 동승한 승객은 밝혔다.
한 리투아니아 커플이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프라타세비치는 "이 비행기는 나 때문에 강제착륙했다. 모든 게 나 때문이다. 내 이름을 검색해보면 내가 누군지 알 것이고, 사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버스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프라타세비치는 곧바로 연행됐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폭탄협박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나머지 승객들을 대상으로 몸수색을 진행하는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한 탑승객은 "벨라루스 당국이 제대로 쇼를 벌였다"며 탐색견까지 동원해 아기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샅샅이 뒤졌지만 단 한 사람을 쫓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백해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프라타세비치가 풀려날 때까지 재탑승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들 역시 체포될 수 있다는 공포에 결행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행기는 아테네 출발 12시간 만에 리투아니아에 도착했지만, 5명의 승객은 민스크에 남았다고 라이언에어는 전했다.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아일랜드 라디오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KGB 요원들이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공항에서 같이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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