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속 쿠데타" 말리 군부 실력자, 과도 대통령 등 축출

"쿠데타 속 쿠데타" 말리 군부 실력자, 과도 대통령 등 축출
국제사회 이례적 공동 성명으로 강력 규탄…프랑스, 긴급 유엔 안보리 회의 요청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해 8월 쿠데타를 감행한 말리 군부 실력자가 과도정부 대통령과 총리를 구금한 데 이어 해임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를 규탄한 가운데 과거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말리 과도기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는 "쿠데타 속의 쿠데타"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근 10개월 전 쿠데타로 군사정부를 이끌다가 과도 정부에서 부통령이 된 대령 출신 아시미 고이타는 이날 전국 TV 방송으로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바 은다우 대통령과 모크타르 우안 총리의 해임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과도정부를 사보타주하려고 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예정대로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는 2022년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이타가 사보타주로 언급한 것은 은다우 대통령 등이 자신과 상의하지 않은 채 전날 개각에서 군부 출신 장관 2명을 경질한 것을 가리킨다.

고이타는 이에 대해 군사정부 지도자들이 입안한, 과도 정부 운용에 관한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도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개각에선 군부가 전략적 내각 자리들을 유지했지만 국방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을 맡았던 이전 쿠데타 지도자들은 배제된 바 있다.
그러나 역시 과거 군부 출신인 은다우 대통령 등에 대한 구금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불러 유엔(UN), 아프리카연합(AU),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EU, 미국 등이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윗으로 구금 지도자들에 대한 "무조건 석방"을 촉구했다. 은다우 대통령 등은 수도 바마코 외곽 칼리에 있는 군기지에 붙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국도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프랑스는 말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고 장-이브 르 드리앙 외교부 장관이 이날 밝혔다.
AU 의장인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도 "말리를 불안케 하는 의도를 가진 어떤 행동도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문제 수장은 트위터에 "과도기를 막는 사람들에 대해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구는 특히 반건조 사헬지역에서 이슬람 테러단체들과 전쟁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거점인 말리의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
말리는 2012년 당시 쿠데타 후 혼란에 휩싸이면서 알카에다와 연계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준동해 이듬해 프랑스가 이들을 몰아냈지만 극단주의 세력은 일종의 '풍선효과'로 인근 사헬국가인 부르키나파소, 니제르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말리 상당 지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하에 있다.
이번 말리 문제는 지난달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 급사 후 역시 군부가 권력을 잡은 차드에도 나쁜 선례가 되는 등 서부 및 중부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서구 전·현직 관리들은 우려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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