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란 잘란] 마천루 속 '깜짝 밀림'…자카르타 맹그로브 공원

입력 2021-05-30 06:06  

[잘란 잘란] 마천루 속 '깜짝 밀림'…자카르타 맹그로브 공원
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숲 면적 세계 1위…바닷물서 잘 자라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나무. 태풍과 쓰나미를 막아주고, 탄소 저장량이 5∼6배 높으며 수질 정화 능력이 탁월한 나무.
맹그로브의 장점을 꼽자면 셀 수 없이 많다.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 숲 면적은 350만 헥타르로 전 세계 1위이며, 자카르타 북부 해안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28일 연합뉴스 특파원이 찾아간 북자카르타 '따만 위사타 알람 맹그로브'는 자카르타 시내에서 차로 30분밖에 안 걸리는 곳으로, 약 100 헥타르의 맹그로브 생태공원이다.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단지를 지나면서 '이런 곳에 진짜 숲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습지에 맹그로브 숲이 꽉 들어차 있고, 대나무로 만든 다리를 따라 산책하고, 외곽은 보트를 타고 둘러볼 수 있게 구성돼 있었다.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 보니, 나무 위에는 크고 작은 새가 날아다녔고 물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와 새우, 게도 보였다.
마치 저 멀리 열대 밀림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지만, 맹그로브 숲 뒤로 보이는 초고층 아파트가 이곳이 자카르타임을 깨닫게 했다.






이곳은 시내에서 가깝기에 최대 명절 '르바란' 때는 하루 입장객이 2천700명을 기록했다.
웨딩촬영·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일이 많고, 50만 루피아(4만원)를 내면 본인 이름이나 문구를 적은 맹그로브 묘목도 심을 수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안디카 다낭 푸트라는 본래 미국에서 조종사 공부를 하다가, 이 공원을 경영하는 고모의 부탁으로 운영을 맡았다.
안디카는 "본래 정부 소유 공원인데 고모가 1997년부터 30년 운영권을 얻었다"며 "맹그로브 나무 20여종과 새 20여종이 살고 있다. 공원 총 1㎢ 부지 가운데 60%가 바닷물이고 나머지는 육지와 맹그로브 숲"이라고 설명했다.
안디카는 "맹그로브 묘목은 조수 간만의 차이와 파도 때문에 처음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며 심는 방법을 보여줬다.



맹그로브 묘목은 브롱종(Bronjong)이라는 대나무 통발을 만들어 포댓자루를 넣고 펄을 채운 뒤 막대기에 묶은 상태로 해저에 심는다. 그래야 묘목이 떠내려가지 않는다.
묘목을 1m 거리로 촘촘히 심어 서로 뿌리가 얽혀 지탱하게 하는 방법도 생존율을 높여준다.
안디카는 "맹그로브 나이를 세는 방법은 간단하다. 잎 하나가 심은 지 한 달을 뜻한다"며 "숲을 이룬 나무들은 20년이 넘은 맹그로브다. 고모가 30년 전부터 많이 심고 가꿨기에 우리가 지금 숲을 즐길 수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날 탐방에 동행한 이준산 대사관 임(林)무관은 "보통의 나무는 소금물에 죽지만, 맹그로브는 염분을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복잡한 뿌리와 줄기가 토양을 잡아줘 침식을 막고, 다양한 생물 산란지와 은신처가 된다"고 설명했다.
맹그로브는 뿌리로 호흡하기에 뿌리 일부가 '문어 다리'처럼 수면 위로 노출되는 특징이 있다.
그는 이어 "맹그로브는 열대와 아열대에서 자라기에 한국의 겨울을 견딜 수 없다"며 "국가별 서식 면적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1위, 브라질 2위, 말레이시아가 3위"라고 덧붙였다.



비록 한국에 맹그로브 숲을 조성할 수는 없지만,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 숲 피해복원과 보존에 도움을 줬다.
2004년 12월 반다아체 앞바다 해저에서 발생한 9.1 강진으로 23만여명이 사망·실종한 사건 당시 수마트라섬 북부의 맹그로브 숲이 많이 유실됐다.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3년간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180만 달러(20억원)를 지원해 맹그로브 숲 550 헥타르를 복원했다.
이성길 한-인니 산림센터장은 "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숲의 50% 이상이 훼손된 상태다. 맹그로브로 숯을 만들기도 하고, 숲을 베고 그 자리에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도 한다"며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맹그로브 묘목이 처음 뿌리를 내리기도 어렵지만, 염도에 매우 민감하다"며 "물길이 조금만 달라져도 염도 변화로 죽기에 신경 쓸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임학과를 졸업하고 목재상을 운영했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작년 12월 이탄지(泥炭地) 복원청의 명칭을 '이탄지 맹그로브 복원청'으로 바꾸고 권한을 더 강화했다.
탐방 현장에서 만난 해양·투자조정부 기후변화 대응 국장 꾸스 프리스티아하디는 "맹그로브 숲이 칼리만탄(보르네오섬) 3개 주와 아체주, 리아우주, 파푸아 등 9개 주에 많아서 이들 지역은 복원청이 직접 맡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관할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부 자바 브레베스군에 양묘장과 실험실 등을 포함한 맹그로브 센터를 건설하는 일을 한국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날 맹그로브 공원에서는 해오라기와 목점박이비둘기, 검은 날개 달린 찌르레기 등 수십 마리의 새를 맹그로브 숲에서 살도록 방사하는 행사도 열렸다.
맹그로브 숲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머리 위 나무에 큰 뱀이 올라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원 운영자 안디카는 "뱀이 낮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진정한 생태 공원이지 않으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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