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장기화에 유럽 파일럿이 기관사·버스기사로 전직

입력 2021-05-31 15:33  

팬데믹 장기화에 유럽 파일럿이 기관사·버스기사로 전직
기약없는 항공업계 정상화…여객기 3분의1 휴업
승객 운송에 공통점…조종사 때보다 임금 등은 적어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데니스 자이델 씨는 지난 10년간 독일 에어 베를린 항공사의 자회사인 LGW에서 조종사로 일해왔다.
항공기 조종사는 어릴 적부터 그의 꿈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LGW가 무너지자 다른 직업을 찾아야 했다.
자이델씨에게 제2의 직업을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렸을 때 비행기 조종사 다음으로 되고 싶었던 것이 열차 기관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독일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치 반(Deutsche Bahn)에서 최장 12개월의 기관사 훈련을 받고 있다.
자이델씨는 "실제로 하는 일 측면에서는 매우 비슷하다"면서 "기관사는 조종사와 비슷할 정도의 책임을 지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료 조종사가 없이 혼자 기차를 운행해야 한다는 점, 고속철도의 경우 한 번에 비행기보다 많은 승객을 나른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어니스트 리 씨는 19년간 캐세이퍼시픽항공 자회사인 캐세이드래곤에서 에어버스 기장으로 일해왔다.
리씨 역시 캐세이드래곤이 지난해 말 무너지자 홍콩의 한 버스 회사에 취업해 이층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인생에 있어 바닥을 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아직 최고의 조종사"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 기장으로 한 달에 17만5천 홍콩달러(약 2천500만원)를 벌다가 현재는 1만7천400 홍콩달러(약 25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리씨뿐만이 아니다. 호주 콴타스항공에서 에어버스 380을 몰던 조종사 13명도 현재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전세버스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항공업계에서 수천 대의 항공기 운항을 중지시킨 것은 물론 조종사들도 다른 직업을 찾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에서 상업용 여객기의 3분의 1은 여전히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운항 중인 항공기는 2019년 같은 날과 비교하면 81% 감소했으며, 대부분은 화물용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영국의 채용 관련 회사에서 전 세계 항공기 조종사 2천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3%만이 여전히 조종사 일을 하고 있었다.
30%는 실직했고, 17%는 휴직 중이었으며, 10%는 비행기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이체벨레는 기차나 버스회사 등 대중교통 기관에서 비행기 조종사 채용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대개 잘 훈련받았고 신뢰할만한 이들이 많아 기관사 등에 요구되는 자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이치 반은 1천500명의 전직 항공사 조종사 및 승무원 등으로부터 일자리 지원을 받아 280명을 채용했다.
도이치 반에서 완전히 자격을 갖춘 기관사의 연봉은 4만4천∼5만2천500 유로(약 6천만∼7천만원)로, 루프트한자 조종사가 첫해에 받는 임금(약 6만5천 유로·8천800만원) 보다는 적지만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2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조종사의 경우 이보다 두 배가량의 연봉을 받는 만큼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독일 조종사 노조의 대변인은 "아직은 조종사가 철도업계로 옮긴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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