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32주년' 베이징엔 '침묵'…홍콩시민 추모 억압

입력 2021-06-02 10:59  

'톈안먼 32주년' 베이징엔 '침묵'…홍콩시민 추모 억압
베이징 톈안먼광장 통제 여전…관영매체들 관련 보도 없어
홍콩보안법에 추모행사 위축…본토 이어 홍콩서도 '지우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올해로 32주년을 맞은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가 중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지워지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4월부터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모여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6월 4일 중국 당국이 유혈진압한 사건이다.
공식사망자는 319명이지만 훗날 공개된 미국과 영국의 기밀 문서에 따르면 당시 사망자는 1만명까지 보고됐다.
이후 30여년 간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언급 자체가 금기였지만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저녁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30일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홍콩의 추모행사에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 중국에는 침묵만…톈안먼 보도 실종
톈안먼 시위 32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둔 중국 수도 베이징은 엄중한 통제 속에 침묵만 흐르고 있다.
톈안먼 광장은 지난 30주년 이래 외신 기자의 출입이 계속 금지돼 있으며 중국인 관람객들도 소지품 검사가 강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비가 강화된 분위기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도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외부 정보 통제도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며칠 전부터 카톡 등이 막히는 등 주요 사이트가 접속이 잘 안 돼 일하는데 지장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뜻하는 '6·4'의 검색이 여전히 막혀있다.
중국 관영 매체에서도 톈안먼 시위 32주년과 관련된 보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오는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공산당 혁명을 상징하는 홍색주의 관련 선전만 가득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도 최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기고문을 통해 중국 공산당 역사를 제대로 학습해 초심을 갖고 사명을 다해야 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며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다.
베이징 소식통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럽 등 동맹국들을 동원해 홍콩, 신장 등의 인권 문제를 공격하고 있어 중국 정부는 톈안먼 시위 32주년에 대해 강력한 통제 아래 조용히 지나가자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홍콩, 촛불집회 2년 연속 불허…홍콩보안법 앞세워 압박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올해 촛불집회를 불허했다.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가 1990년부터 매년 주최한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상징이었다.
중국에서는 흔적이 사라진 톈안먼 시위가 홍콩에서는 매년 대대적으로 기념·추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이 행사를 31년 만에 불허했다.
올해도 같은 이유로 행사는 불허됐지만 그 사이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전년과 다른 상황을 만들어냈다.
당국은 허가받지 않은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에 참석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공조례와 홍콩보안법을 언급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경찰이 6월 4일 불법 집회를 단속하기 위해 3천명의 시위 진압 경찰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많은 시민이 집회 불허에 아랑곳없이 '개별적으로'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들어 촛불을 들었다.
경찰은 이후 해당 집회를 조직하고 참여한 혐의로 범민주 진영 인사 26명을 기소했다. 이중 조슈아 웡(징역 10개월) 등 4명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상황에 지련회는 결국 올해는 시민들에 빅토리아 파크로 가라고 독려하지 않을 것이며, 온라인 추모행사도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CMP는 "촛불집회는 이미 과거의 일이 돼버렸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지련회 '일당 독재 종식' 강령에 친중진영 "홍콩보안법 위반"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1989년 베이징 학생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6월 5일 귀국 비행기에서 경찰에 체포돼 사흘간 구금 후 풀려났다.
그는 2019년 불법 집회 관여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리 주석은 지난달 30일 명보에 보낸 옥중서신에서 올해 집회가 불허된 것에 대해 "경찰이 법을 집행할 어떠한 구실도 만들지 말라. 모두 집에서 평화롭게 촛불을 들어올리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나는 감옥에서 촛불 대신 담뱃불을 붙여 6월 4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겠다"고 밝혔다.
지련회는 '반체제 인사 석방' '1989년 범민주 운동의 복권' '6월 4일 학살의 책임 규명' '일당 독재 종식' '민주 중국 건설' 등 5가지 강령을 내걸고 있다.
친중 진영에서는 이중 '일당 독재 종식'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SCMP는 "지련회가 현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톈페이룽(田飛龍) 중국 베이항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중국 매체에 게재된 칼럼에서 지련회가 국가 전복의 목표를 가졌다며 홍콩보안법 위반이라고 강조하며, 홍콩 당국이 행동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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