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소 파는 주유소'…수소차 상업화 속도내는 중국

입력 2021-06-08 17:44  

[르포] '수소 파는 주유소'…수소차 상업화 속도내는 중국
'탄소 중립' 전면화 속 각지 충전소 건설로 '충성 경쟁'
버스·화물차 등 상용차 우선 전략 펴다가 승용차로도 눈 돌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시의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자딩(嘉定)구에 있는 한 시노펙(SINOPEC·中國石化) 주유소.
지붕 위에 수소를 뜻하는 'H2'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멀리서도 선명히 보였다.
이곳은 중국 정부가 수소 인프라의 빠른 확충을 위해 정책적으로 권장하는 주유소와 수소 충전소를 합친 '복합형 주유소'다.
보통 주유소처럼 휘발유와 디젤유를 팔지만 수소 충전도 가능한 곳이다.
일반 차량은 주유기 앞에, 수소전기차는 수소 주입기 앞에 차를 대도록 구획을 나눠 놓은 점을 제외하면 보통 주유소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주유소 직원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물류 차량이 수소를 넣으러 가장 많이 온다"며 "하루 150대 차량에 수소를 채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딩구에만 여기를 포함, 3곳의 수소 충전소가 이미 있다. '수소 에너지 항구'라는 슬로건을 내건 자딩구는 2025년까지 충전소를 12곳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수소 충전소의 빠른 확충은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시 차원의 목표이기도 하다.
상하이시는 현재 9개인 수소 충전소를 2025년 78개로 넓힌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최근 중국의 타지역도 경쟁하듯 수소 충전소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도 베이징은 남부 다싱(大興)구에 하루 4.8t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충전소를 세워 최근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이 충전소는 한 번에 16대까지, 하루 최대 600대의 차량에 수소를 채워줄 수 있다.

올해 3곳의 수소 충전소를 처음 지은 충칭시도 2020년까지 충전소를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6년 발표한 '신에너지차량기술로드맵'에서 수소 충전소를 2020년까지 100곳, 2025년까지 300곳, 2030년 1천500곳으로 확충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컨설팅 회사 가오궁찬옌(高工産硏)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 내 수소 충전소는 이미 124곳에 달했다.
중국의 각 지방은 이런 수소 충전소 하나를 짓는데 많게는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처럼 중국 각 지방이 수소 충전소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탄소 저감을 핵심 국정 의제로 격상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작년 유엔 총회에서 자국의 탄소 배출이 2030년 정점에 달하고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의 알코올·수소신에너지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정책을 펴나가기 시작해 수소 산업의 빠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형 중앙기업, 특히 에너지 분야 기업들이 저탄소 전환의 긴박한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 충전소 부족은 소비자들이 수소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된다.
작년 중국의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1천177대에 그쳤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2천만대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제작돼 팔리는 수소전기차는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가 절대다수였고 중국산 수소전기 전용 승용차 모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수소 충전소의 빠른 확충은 중국의 수소전기차 산업이 시범 사업 단계를 넘어 상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순수 전기차(B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는 데 성공한 중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에도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확정한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발전 청사진'에서 '연료전지를 이용한 수소전기차 상업화 실현'을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이미 안팎에서 경쟁력을 갖춘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전기차처럼 수소전기차도 병행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016년 발표한 문건에서 2030년까지는 수소차 보급량을 100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제시한 2030년 보급 목표치인 63만대와 80만대를 훌쩍 넘는 규모다.
이처럼 서서히 수소 인프라가 갖춰지자 중국 자동차 업체도 현대 넥쏘나 도요타 미라이 같은 승용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수소전기 승용차 시장에도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상하이자동차 계열인 상하이다퉁(上海大通·MAXUS)는 작년 9월 첫 수소전기 다목적차량(MPV)인 EUNIQ7을 출시했다.
수소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수소를 활용한 다양한 '탈 것'도 등장하면서 시장의 다양성도 커지는 추세다.
8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국제수소에너지·연료전지자동차대회 전시 구역에는 수소전기 자전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업체 측은 이 수소전기 자전거가 1분 만에 50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으며 한 번 충전해 70㎞를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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