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발레리나 박세은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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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3 17:20   수정 2021-06-15 02:25

새 역사 쓴 발레리나 박세은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

새 역사 쓴 발레리나 박세은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

아시아 출신 최초 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 '에투알' 지명

입단 10년 만에 최고 자리에…앞으로 무대 11년 더 빛낸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타이틀에 있어서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배우는 게 너무 많아요. 발레를 20년 동안 했는데도 몰랐던 부분이 많고, 무대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껴요. 저는 무대에서 내려오기 직전까지 이런 마음으로 계속 춤을 출 것 같아요."

"춤추는 게 그저 좋아서 예전에는 제가 무대를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관객을 위해서 추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받아줄 관객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요."

1669년 설립돼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정상 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BOP)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최고 수석무용수 '에투알'(Etoile)로 승급하면서 새 역사를 쓴 박세은(32)에게 2021년 6월 1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그토록 갈망해온 무대다운 무대 위에서 1년 3개월 만에 열연할 수 있었던 날이자, 손꼽아 기다렸던 '별'을 손에 쥔 날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에투알은 별을 뜻한다.

박세은이 주인공 줄리엣을 연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열리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인근 카페에서 12일(현지시간) 오후 만난 박세은은 최고 수석무용가가 됐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환히 웃었다.



특히 전날 에투알로 지명되고 나서 오렐리 뒤퐁 예술감독과 가졌던 첫 회의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고.

"예전에는 마치 로또에 당첨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어떤 배역이 주어질까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제는 감독이 '내년에 이 작품을 해보고 싶은데 할 수 있겠느냐', '어떤 작품을 하고 싶느냐' 의견을 물어보더라고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어요. 움직일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BOP 단원은 카드리유(Quadrille·군무)-코리페(Coryphees·군무의 리더)-쉬제(Sujet·군무와 주역을 오가는 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르/프리미에르 당쇠즈(Premier danseur/Premiere danseuse·제1 무용수)-에투알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박세은은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해 이듬해 정단원이 됐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열리는 승격 시험을 거쳐 2013년 1월 코리페, 2014년 1월 쉬제, 2017년 1월 프리미에르 당쇠즈 자리에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승급 시험은 공개적으로 치러진다. 6등까지 순위를 매겨서 공개하고, 자리가 난만큼 1등부터 승급을 하는데 보통 2∼3명에게만 그 기회가 주어진다.



BOP는 프랑스 국립 발레단인 만큼 외국인으로서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세은은 언젠가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 자리에 가는 것은 전적으로 BOP의 결정이다. 에투알 자리가 생기면 BOP가 지명한다. 박세은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제가 다른 프리미에르 당쇠즈보다 잘해서 승격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들 정말, 너무 잘해요. 너무너무 잘해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각자 잘할 수 있는 발레 자체가 다 달라요."

박세은은 현재 BOP 에투알 중 가장 어리지만 에투알이 늦게 된 편이라고 말했다. 통상 에투알이 되는 나이는 27∼28세라고 한다.

3년 전 박세은을 승급해주려 했으나 잇단 파업과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미뤄졌다는 뒤퐁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는 '미리 알았다면 마음이 더 편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2019년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에 반대하는 파업으로 '레이몬다'가 박세은이 무대에 오르는 날부터 공연이 취소됐었다. 어쩌면 그날 공연이 열렸다면, 박세은은 더 일찍 에투알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박세은은 프리미에르 당쇠즈로 보낸 시간이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등급은 낮지만 에투알 역할이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한국 국립발레단과 협연이 무산된 것도 급작스레 에투알 역할로 무대에 올라가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였다.

물론 그 기간은 "하루하루가 콩쿠르였다"고 묘사할 정도로 압박감도 심했다. 도대체 언제 승진시켜줄지 모르지만 매일 승진 시험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 작품은 모두 해보고 싶다던 박세은은 올해 12월 공연하는 '돈키호테' 주인공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뒤퐁 감독에게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리를 원하는 에투알이 많아서 어려워 보인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결정은 감독이 하지만 나이가 있는 에투알에 우선권을 주는 분위기다. 무대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예우하는 차원에서다. 모든 BOP 단원은 등급과 관계없이 정년이 42세다.

BOP는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에투알과 프리미에 당쇠르를 합쳐서 여자 16명, 남자 16명으로 그 숫자를 유지한다. 현재 에투알은 여자가 10명, 남자가 6명이다. 작품이 정해지면 여자 배역만 놓고 봤을 때 에투알 3∼4명이 캐스팅된다.

"에투알이 되면 만사가 형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투알이 되어서도 첫 공연에 오르지 못하면, 원했던 역할을 받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이게 끝이 아니구나,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앞으로 11년을 더 에투알로 무대를 빛낼 수 있다고 떠올리면 참 행복하다고 박세은은 말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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