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피하는 日스가…기존 입장서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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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4 17:27   수정 2021-06-14 17:48

한일 정상회담 피하는 日스가…기존 입장서 '요지부동'

한일 정상회담 피하는 日스가…기존 입장서 '요지부동'

"약속 지켜지지 않는 상황"…한국측 선 해법 제시 고수

G7서 먼저 인사 건네온 쪽이 문 대통령임을 강조하기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거부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스가 총리는 영국 콘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된 가운데 지난 11~1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2차례 문 대통령과 양자 대면을 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12일 회의장에서 첫 번째 인사를 나눴고 같은 날 만찬장에서 다시 1분가량 대면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영국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가면서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 대해 동행한 일본 기자단에 "(문 대통령이) 같은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서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주재한 만찬 자리에서 이뤄진 두 번째 만남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인사하러 왔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각자의 메시지를 통해 공식 또는 약식 회담을 열지 못한 사실을 알렸지만 메시지의 뉘앙스가 두드러졌다.

문 대통령은 회담이 불발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피력한 반면에 스가 총리는 인사를 먼저 건네온 쪽이 문 대통령임을 강조한 점이다.

스가 총리는 이 발언을 통해 아쉬운 쪽은 자신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었음을 은근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을 둘러싼 양국 간의 극명한 인식 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참석이 예정됐던 이번 G7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모처럼 마련되는 다자 외교무대를 활용해 한일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본 진보 언론을 중심으로 나왔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일찌감치 이번 G7 정상회의에 맞춰 일본 정부 차원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조율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역사 문제를 놓고 한국이 실효성 있는 타개책을 제시하지 않아 스가 총리가 대화에 임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작년 9월 취임한 스가 총리는 역사 문제에서 양국 간 합의를 통해 해결이 선언된 사안을 놓고 다시 문제 삼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지켰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답습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한국이 의장국을 맡기로 돼 있었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같은 이유를 들이대면서 불참 의사를 흘렸다.

결국 작년도 한중일 정상회의는 코로나19 등의 사정이 거론되면서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의 개최가 작년에 불발된 것은 스가 총리가 역사 현안과 관련해 한국 측의 선(先) 해법 제시를 고집하면서 불참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스가 총리는 이번 G7 정상회의를 동행 취재한 일본 기자단에 징용 및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움직임으로 한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징용 및 위안부) 문제를 정리해 주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런(정상회담을 할) 환경이 아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가 한국 정부의 책임에 방점을 찍고 말하는 '방향성 제시'나 '문제 정리'의 의미는 대화를 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입장인 한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역사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 등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이유를 들어 2018년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나 올 1월의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행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하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서울중앙지법에서 다른 원고들이 일본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각각 제기했던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이전의 대법원 판결 등과 배치되는 결론을 통해 각하 결정을 내린 후로 한국 정부 주도의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태도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그간 일본 정부가 내세워온 논리가 한국 사법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창일 일본 주재 한국대사는 지난 11일 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은 완전한 삼권분립이 이뤄져 있어 사법부 판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일본 정부는 역사 현안을 둘러싼 한국과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대화를 거부하면서 한국 정부의 선(先)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는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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